[비즈카페] 수의사들이 과천에 모인 까닭
입력 2011-06-21 21:38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금, 동물에게서 걷어 가냐?”
전국 수의사들이 21일 동물병원 문을 닫고 정부과천청사 앞에 모였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애완동물 진료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10% 과세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수의사와 동물보호단체 회원 등 3000여명이 참가했다.
기획재정부는 2009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애완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10% 부과키로 했으나 지난해 2월 국회 상임위에서 올해 7월로 시행 시기를 미뤘다.
용역·서비스 공급 시 부가세를 물리는 게 원칙인 데다 유럽에서도 애완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어 국제 기준에도 맞는다는 게 재정부 입장이다. 10% 세율도 유럽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부가세법이 없는 미국에서는 판매세 등의 명목으로 주마다 과세 여부가 다르다.
재정부는 애완동물 진료비에 10% 부가세를 매길 경우 연간 13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수의사회 등은 개나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반려동물인 만큼 사람에 대한 진료비와 마찬가지로 부가세를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애완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물리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비용이 늘어 동물을 버릴 가능성이 크고, 유기동물이 늘면 광견병 확산 등 많은 폐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면제하는 부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상임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명희 기자 m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