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 사건’ 이어 도박사이트 260억 수익… 이번엔 부동산에 숨겼다
입력 2011-06-21 18:21
정모씨는 지인 3명과 함께 2007년∼2009년 2년반 동안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사이트에 가입한 사람에게는 5만원의 사이버머니를 줘 도박으로 끌어들였다. 도박 맛을 본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자 이른바 ‘대포통장’에 돈을 입금토록 했다. 이렇게 입금된 판돈만 무려 2250억원. 여기에다 돈을 딴 사람이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바꿀 때 수익의 10%를 환전수수료로 챙겨 총 126억원을 벌어들였다.
정씨는 이 돈으로 분당의 60평형대 아파트와 용인, 인천 등 수도권의 아파트, 상가, 토지 등 총 97억원의 부동산을 모친과 배우자 명의로 사들였다. 하지만 국세청의 추적조사 끝에 정씨는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많은 274억원을 추징당했다.
정씨를 포함, 260억원대의 도박수익금을 부동산과 차명예금에 은닉한 일당들이 국세청에 적발됐다. 지난 4월 110억원대의 불법 도박수익금을 마늘밭에 숨긴 ‘김제 마늘밭’ 사건의 최신 버전인 셈이다.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는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의 관련 법인 43개와 도박수익금을 은닉한 개인 4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모두 488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들은 개인정보를 도용해 위장법인을 설립한 후 그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개설, 입출금을 관리하면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들이 개설한 대포통장은 141개, 대포통장에 입금된 판돈은 3375억원에 달했다. 이들의 주머니 속에 실제 들어간 환전수수료는 261억원이었다. 세금추징액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판돈의 10%) 등으로 구성됐다.
대포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다시 여러 대포통장으로 분산 송금된 후 현금으로 출금됐고 현금 중 일부는 해외로 송금되거나 가족 명의 부동산 등으로 은닉됐다. 국세청은 도박수익금이 흘러간 이들 배우자 명의 아파트 등 118억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했다. 나머지 143억원은 현금이나 차명예금으로 보관된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인터넷 불법도박의 판돈은 32조원가량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번 적발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며 “인터넷도박의 폐해가 큰 만큼 끝까지 추적해 과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