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팔아 경영권 넘긴 뒤 합병 유도?… 물건너 갔다는 우리금융 민영화, 정부 속내 뭔가
입력 2011-06-21 22:02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 추진마저 불발에 그치자 금융계 안팎에서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입찰참가의향서(LOI) 제출 최종 마감일인 29일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복안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용범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21일 본보와 통화에서 “95% 지분 인수는 기술적으로 어렵다”면서도 “합병 방식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무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매각 무산은 절대 아니니 예단하지 말라”면서 “29일까지 기다려보라”고 주문했다.
여의치 않을 경우 경영권이라도 넘기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것으로 지난해 말 거둬들인 매각안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각안은 예비입찰단계에서 최소 입찰 규모를 4%로 설정하되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경영권 매각을 위한 지분을 인수하는 구도였다.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사 인수 시 지분을 95% 매입해야 한다는 현행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으로는 8조원대에 달하는 우리금융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컨대 금융지주사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56.97%를 매입하더라도 95%까지 지분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나머지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따라서 정부가 기대하는 합병 방식이란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영권 지배에 필요한 지분을 사도록 한 뒤 합병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필요성은 사라진다. 다만 우리금융과의 합병 과정이 복잡해 매력은 떨어진다. 또 예보의 지분도 상당부분 존치할 가능성도 커 합병 후 정부 간섭을 배제할 수 없다. 하나금융이 지난해 11월 말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이런 부담이 작용했다.
금융위는 일단 29일 LOI 마감 상황을 지켜본 뒤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LOI는 참가 의향만 밝히는 것”이라며 참가자들의 면면도 살핀 뒤 구체적인 매각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사모펀드나 외국인 투자자들도 요건만 맞으면 문을 개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다만 이번에 흥행에 실패할 경우 단시일 내 우리금융에 대한 재입찰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자위 위원들의 임기가 8월에 끝나 새로운 위원들로 구성된 공자위가 대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에는 총선과 대선 분위기에 밀려 민영화 추진 동력이 급감할 공산이 크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