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합동의 미래” 820명 강도사 시험에 들다
입력 2011-06-21 17:58
사법 행정 임용고시만 고시가 아니다. 목사가 되기 위해서도 고시를 치러야 한다. 21일 경기도 용인시 총신대 신대원 강의동.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820여명의 전도사들은 강도사(講道師)가 되기 위해 고시를 치렀다. 목사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예장 합동은 ‘전도사-강도사-목사’의 과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총신대 광신대 대신대 칼빈대 등 교단 신학대학원 졸업생이 목사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강도사 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오전 9시. 시험에 앞서 간단히 예배를 드렸다. 설교자는 “시험 때문에 시험에 들지 않게 정직한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수험생 전도사들은 찬송가 ‘부름 받아 나선 이 몸’을 부르고 13개 시험장으로 향했다.
“자, 책을 모두 치우세요.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셔야 합니다. 부정행위가 발견되면 전 과목 불합격 처리됩니다.” 수험번호와 성명, 노회명이 적힌 수험표를 가슴에 단 이들은 형광펜으로 울긋불긋하게 만든 ‘족보’를 책상 안으로 밀어 넣었다.
A3 용지 2장에 인쇄된 주·객관식 문제가 배부됐다. “후우∼.” 한숨소리와 헛기침이 3시간 동안 적막한 고사장을 채웠다. 조직신학과 교회사, 교회헌법 모두 객관식 40문제, 주관식 5문제가 출제됐다. 커트라인은 평균 60점. 과락이 있으면 이듬해 재응시해야 한다. 이번 고시에도 100여명은 재수생이었다. 예장 합동 고시부원 57명과 총회본부 직원 18명이 시험 감독을 했다.
전북 익산에서 올라온 안승주(33) 전도사는 “전체적으로 문제가 무난했지만 까다로운 것도 일부 있었다”며 “교회에서 유초등부와 중등부, 교구를 맡고 있는데 2주간 시간을 빼서 요약본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필기시험은 신학대와 신대원 7년 과정을 포괄하는 내용이었다. ‘죄를 형벌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성경의 4가지 속성은’ ‘본 교단이 세계교회협의회를 반대하는 이유는’ 등의 문제가 나왔다.
이어 전도사들은 오후 3시부터 면접시험에 임했다. 이 자리에선 소명이 확실한가, 교단의 신학사상을 갖고 있는가, 담임목사와의 관계는 어떤가, 목회 윤리는 바른가 등의 송곳질문을 받았다.
28년간 대학 교수를 했다는 원종근(59)씨는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보다 순발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예상문제에서 크게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인 길 토드리 로빈 조지(43)씨는 “신학교에서 영문 리포트를 제출하고 영어로 시험을 치르다 한글로 된 문제를 받아드니 좀 당황스러웠다”며 “이번 고시가 고국으로 파송받는 데 가장 큰 고비”라고 말했다.
강도사 합격자들은 1년간 수련목회 과정을 거친다. 이후 노회가 주관하는 목사 고시까지 통과하면 내년 10월 정식으로 목사안수를 받는다. 고시부장 김명남 목포 호남교회 목사는 “깐깐하게 치러지는 강도사 고시가 교단 정통성과 지적 수준, 목회 윤리와 소명을 가진 목회자를 걸러내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합격자는 25일 교단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용인=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