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병마 덮친 동료 돕기 나섰다… 전효택 상사, 아내·두딸 급성 중증 폐질환

입력 2011-06-21 21:31


“작은딸의 장례식을 쓸쓸히 치르고 나니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습니다. 아내와 큰딸은 꼭 회복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육군 28사단 중대 행정보급관 전효택(35) 상사는 21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누워있는 아내 백현정(31)씨를 보고 나온 뒤 이같이 말했다. 전 상사는 차마 작은딸 진주의 죽음을 아내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중증 폐질환에 걸린 아내는 지난 15일 폐 이식 수술을 받았다. 기도에 호흡기를 꽂고 있어 말을 할 수 없는 백씨는 전 상사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병마가 전 상사의 가족을 덮친 것은 지난 3월 29일. 생후 16개월 된 진주가 폐렴증세를 보여 경기도 양주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증세는 더 악화돼 4월 5일 백씨의 친정이 있는 부산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진주는 끝내 회복되지 못했고, 지난 19일 새벽 숨을 거뒀다. 전 상사는 20일 장례식을 홀로 치러야 했다. 진주를 간호하던 백씨가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로 쓰러져 4월 20일 같은 대학병원에 입원했고, 엿새 뒤 큰딸 주영(5)이마저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했기 때문이다.

정밀 진단결과 세 모녀의 병은 희귀병으로 알려진 ‘섬유증을 동반한 기타 간질성 폐질환’으로 추정됐다. 최근 국내에서 몇 명이 이 질환으로 사망했으나 현재까지 치료방법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의료진은 마지막 방법으로 성공률이 10%에 불과한 폐 이식을 고려했으나 18세 이하인 두 딸은 수술이 불가능했다. 백씨만 지난 8일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돼 15일 폐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 사이 병세가 악화된 주영이도 지난 11일 같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백씨는 여전히 진주와 주영이가 부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 상사는 현재 청원휴가를 받고 아내와 큰딸을 간호하고 있다. 1억원이 넘는 세 모녀의 치료비도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이 질병은 희귀성 질환이라는 이유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육군은 전 상사를 돕기 위해 전군 차원에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28사단 전 장병은 지난 5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1000여만원의 성금을 전달했고, 1000만원을 추가로 모금할 예정이다. 육군본부도 전 간부를 대상으로 자율적인 모금 운동을 펼치는 한편, 육군 인트라넷에 ‘전우돕기 배너’를 개설해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 육군 부사관단도 지원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상기 육군참모총장도 최근 격려금을 전달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