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북상… 구제역 매몰지 비상 매몰지 주민·공무원 초긴장
입력 2011-06-21 18:04
“정부는 ‘매몰가축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경남 김해시 주촌면 구제역 매몰지 인근에 사는 농민 최모(56)씨는 21일 장마전선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구름이 낀 남쪽 하늘을 올려다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매몰지 내 가축사체가 더 빨리 부패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빗물이 매몰지로 흘러들어가면 동시다발적인 침출수 유출로 환경대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부터 전국적으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로 김해 지역에서도 구제역 매몰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주촌면과 한림면 구제역 매몰지는 상단부에 청색 천막이 덮였고, 비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격자형으로 단단히 묶여 고정돼 있었다. 빗물이 매몰지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농경지에 설치된 원지리 매몰지에는 수백만원을 들여 두꺼운 막이 덮였고, 시멘트 배수로도 다시 설치됐다.
매몰지에는 담당 공무원의 이름을 새긴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장마로 인한 붕괴 등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장마로 인해 매몰지가 붕괴 또는 유실될 것을 대비해 김해시 공무원들은 매일 오후 10시까지 비상대기 상태다. 특히 유실 우려가 높은 관내 13개 주요 관리 매몰지에 대해서는 매일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시는 돼지 등 5만여 마리를 살처분한 매몰지 62곳이 논과 임야 등에 산재해 있어 장마 기간 동안 침출수 유출과 붕괴 등의 2차 피해가 발생할까 우려하고 있다. 11개 매몰지가 설치된 인근 양산시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장마에 대비해 비닐덮개를 이중으로 깔았으며 로프로 묶고 모래주머니도 매달았다.
“조상 묘에는 1년에 한두 번 가지만 가축 무덤에는 사흘이 멀다 하고 드나들 정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모두 1129곳의 매몰지에 소와 돼지 43만여 마리가 땅에 묻혀 있는 경북도 내 19개 시·군은 장마를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 일직면 국곡리 산156 매몰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돼지 1만1400여 마리가 매몰된 이곳은 차수벽과 옹벽 설치는 물론 차수막 공사까지 완료돼 있어 어지간한 폭우에도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다만 산비탈 급경사에 매몰지를 조성한 탓에 장마철 강한 국지성 호우가 내릴 경우 산비탈 상층부에 자리 잡은 매몰지가 붕괴될 가능성이 우려됐다. 게다가 소 267마리와 돼지 8963마리가 매몰된 풍산읍 죽전리 매몰지는 바로 옆에 작은 도랑이 흐르고 있어 폭우 시에는 범람으로 인해 매몰지가 유실될 가능성이 엿보였다.
인근 주민 이모(58)씨는 “안동시가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장마가 와도 매몰지가 유실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는 하지만 큰비가 와서 도랑이 범람하게 되면 아무리 단단한 매몰지라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소 1328마리가 산 중턱에 매몰된 서후면 대두서리 산902 매몰지 옆 도랑에는 붉은색을 띤 물이 흘러내려 혹시 침출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확인한 결과 철분 성분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주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동시 관계자는 “매몰 가축 수가 많은 데다 경사면에 매몰한 탓에 매주 담당 공무원이 수시로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며 “어지간한 폭우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경북도는 지난 2월부터 매몰지 정기점검을 실시, 안전성이 우려되는 매몰지 112곳에 사업비 139억원을 들여 정비사업을 완료했다. 이들 매몰지에는 도와 안동시 공무원 각각 2명, 면 공무원 1명 등 5명의 공무원과 주민감독관 등 모두 6명이 책임관리자로 지정돼 수시로 현장에 나와 점검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북도 환경특별관리단 김병찬 현장확인팀장은 “경북도 내 매몰지의 경우 전반적으로 관리상태가 양호해 2차 환경오염의 우려는 없는 상황”이라며 “장마철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관리를 아무리 철저히 해도 폭우가 쏟아지면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다”며 “정부와 일선 자치단체는 단기 처방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김해=김재산 이영재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