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감세 철회 반대”… 재계-정치권 갈등 고조

입력 2011-06-21 22:09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부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감세 철회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허 회장이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철회 움직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 정치권과 재계 사이에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허 회장은 “(세금을 더 많이 걷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어차피 선택의 문제”라며 “그분들이 선택하면 될 문제이긴 하지만 (기업들이) 재원이 많으면 고용창출과 투자를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또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포퓰리즘성 정책이 쏟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반값 등록금과 같은 정책들은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듣기는 좋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곤란하며,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고 있는 포퓰리즘성 정책에 대해서는 재계 의견을 제대로 내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동반성장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동반성장이나 중기적합업종 선정 등도 정부로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며 그 자체가 기업 프렌들리 정책에 방해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전적 보상보다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대기업이 중기 인력들을 교육해준다든가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한다든가 하는 방안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추가 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은 허 회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당론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배은희 대변인은 “기업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도 “추가 감세 철회를 논의한 지난 당 의원총회에서 감세의 효과가 당초 목표한 대로 나타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재계는 추가 감세를 통해 확보될 재원으로 고용 창출, 경제 활성화 등의 정책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과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허 회장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들의 고통이 커가고 있는 이 시점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재계의 총수가 아직도 감세 철회를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시대에 뒤떨어진 발언”이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와 반대로 가는 행태다.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청와대는 허 회장의 발언에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의 추가 감세 철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웅 선임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