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후피임약 일반약 전환은 매우 위험

입력 2011-06-21 17:28

대한약사회가 사후피임약을 의사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약사회는 전문의약품을 일반약으로 전환해주도록 보건복지부에 신청한 400여종에 사후피임약을 포함시켰다. 사후피임약이란 고용량의 호르몬제로 배란을 방해하거나 수정란 착상을 차단해 임신을 막는 응급약이다. 피임 성공률은 24시간 내 복용 시 9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성문화를 조장할 수 있는데다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현재로선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물론 약사회의 주장처럼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상당수 국가가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판매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무작정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일단 외국인과 한국인은 체질이 다르다. 효능과 부작용 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나온 뒤 논의하는 게 맞다. 특히 부작용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반피임약에 비해 호르몬 함량이 10∼30배에 달해 불임, 생리불순, 자궁외임신 등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성문란 및 생명경시 풍조도 우려된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의사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할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되면 일상적 피임방법으로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청소년들에 대한 피임교육이 미흡한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사후피임약 의존도를 높여 무절제한 성생활을 방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사후피임약은 소화제나 해열진통제 등과는 차원이 다르므로 소비자 편의성으로 접근할 성질이 아니다.

약사회가 사후피임약 등의 일반약 전환을 들고 나온 건 의사협회와의 밥그릇 싸움에 다름 아니다. 일반약의 슈퍼마켓 판매로 잃게 될 손해를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으로 보상받겠다는 얄팍한 속셈이다. 하지만 지금 국민적 관심사는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다. 그런데도 의약품 재분류 논의가 엉뚱하게 직역 이기주의에 의한 영역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휘말리지 말고 전문약·일반약 재분류에 앞서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 문제를 먼저 처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