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일 전력공동체 해볼 만하다
입력 2011-06-21 17:31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참석차 방한한 재일교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고비테크(Gobitec)를 제안했다. 고비테크는 몽골 고비사막의 태양광 에너지 활용사업으로, 특히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투자·개발을 하자는 내용이다.
손 회장은 3·11 동일본 대지진 직후 ‘자연에너지재단’을 설립한 바 있다. 대지진 여파로 탈(脫)원전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활용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고비테크의 경우, 동북아 역내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는 물론 한·중·일 경제협력사업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미 지멘스, 도이체방크, ABB 등 유럽 유력기업들은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데저테크(Deserte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비테크는 데저테크를 벤치마킹한 셈이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차세대 에너지 개발은 누구에게나 미뤄둘 수 없는 현안이다.
이뿐 아니라 고비테크가 한·중·일 공동으로 추진되면 신재생에너지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유럽연합(EU)이 존재하는 배경에 1952년 프랑스와 구 서독 등을 중심으로 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의 탄생을 빼놓을 수 없다. 고비테크가 동북아판 ECSC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간 한·중·일은 양국 간 또는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무성했다. 하지만 한·일 FTA 협상이 중도에서 좌초된 것처럼 3국은 상호 FTA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이해 대립으로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고비테크는 목적이 뚜렷하고 몽골이라는 제3국에 투자해 한·중·일이 성과를 공유하는 것인 만큼 이해 조정도 수월할 것이다.
다만 고비테크는 한·중·일의 태양광 기술협력이 전제돼야 하므로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이 대통령도 손 회장의 제안에 대해 앞선 기술을 가진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FTA보다 우선은 3국이 구체적인 협력 성과를 낼 수 있는 고비테크에 주력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한·중·일 전력공동체, 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