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식보다 운용이 중요한 국립외교원

입력 2011-06-21 17:30

외무고시를 대신해 외교관 전문 양성기관을 두는 내용의 국립외교원 설립 법안이 어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빠를 경우 내년 상반기 국립외교원이 설립되어 2013년 첫 입학생을 선발해 이들이 임용되는 2014년부터는 외무고시가 폐지된다. 외교관 채용 인원의 150% 이내에서 입학생을 선발하여 1년간 교육한 뒤 50%를 탈락시켜 외교관을 최종 선발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외시 합격 정원이 40명이므로 이에 준한다면 최대 60명이 국립외교원에서 1년 동안 경쟁을 하게 된다.

지난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자녀 특혜 채용 등 외교부의 인사 부조리가 드러남에 따라 외교관 채용 과정을 투명하게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올해에는 자유무역협정(FTA) 문서의 한국어 번역이 조악한 사실이 드러나 외교부의 외국어 실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립외교원이 이 같은 외교부의 가족주의 정서와 매너리즘을 타파할 수 있는 대안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운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헛것이 되기 마련이다.

국립외교원이 변형된 외무고시가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국립외교원에 들어가기 위해 봐야 하는 시험이나 외무고시나 다를 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외교관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3차 시험 준비 기간만 1년으로 늘어났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1년간 외교관 양성 교육을 받고 나서도 탈락하는 20명의 처우도 문제다. 유능한 인재들을 1년이나 묶어두었다가 방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상당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탈락자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새 제도가 정착하려면 우선 입학생 선발 방법을 기존 외무고시와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전원을 똑같은 시험을 보게 하여 선발할 것인지, 아니면 어학 특기자를 별도로 사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 원칙을 분명하게 정해야 할 것이다. 국립외교원이 외교관 세습 관행에 유리한 쪽으로 운영되거나, 이름만 바꾼 외무고시란 말을 듣지 않으려면 시험제도와 선발 후 교육과정을 잘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