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신동·마술사…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논쟁 부른 펠레-마라도나-메시의 상대 평가는

입력 2011-06-21 17:37


#앙숙 펠레-마라도나

두 스타는 한때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마라도나가 진행하는 아르헨티나 TV쇼에 펠레가 특별 출연할 정도로 두 선수는 서로 친분이 두터웠다.

펠레와 마라도나가 앙숙으로 돌변한 것은 2005년부터다. 펠레가 광고 촬영 때문에 마라도나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마라도나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두 선수는 원수지간으로 변했다.

이후 두 스타는 악담도 서슴지 않는 설전을 이어갔다. 마라도나는 자서전에서 “펠레는 축구선수로서 모든 것을 누렸지만 축구를 위해 한 일이 없다. 그는 내가 하듯이 축구를 파괴하는 부자와 권력자들에게 맞서 싸워야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맞서 펠레는 “마라도나 같은 마약 중독자는 어린이에게 모범이 될 수 없다”고 역공을 퍼부었다.

이들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도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펠레가 당시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마라도나를 “돈 때문에 감독을 맡은 인물”이라고 악평하자, 마라도나는 “펠레는 박물관에나 가야 한다. 나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라”는 독설로 대응했다.

#아직 멀었다는 펠레-무대응의 메시

최근 펠레는 메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는 아르헨티나 친구들에게 ‘먼저 아르헨티나 최고의 선수가 누구인지를 가려라. 그 후에 그가 통산 1000골을 넣는다면 그 때가서 얘기를 시작하자’고 말하곤 한다.”

1000골을 넣은 선수가 아니라면 아예 자신과 비교의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이다. 펠레는 현역시절 비공식 경기를 포함해 총 1281골을 넣었다. 반면 마라도나는 선수 생활 통산 345골을 터뜨렸고, 메시는 이제 겨우 196골을 기록하고 있다. 골로 따진다면 마라도나나 메시 모두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펠레는 메시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보였다. 펠레는 “나는 메시의 열렬한 팬이다. 메시가 1000골을 넣는다면 전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시가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선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선 아직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그가 축구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기 위해선 월드컵에서 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메시는 대 선배인 펠레에 대한 예의 때문인지 아직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서로 치켜세우는 마라도나-메시

독설적이고 이기적인 마라도나도 자국 후배인 메시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마라도나는 “메시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의 나보다 더 낫다. 메시는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다. 다른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어 “메시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것과 또 내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그를 지도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영광”이라고 극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메시는 마라도나-펠레 논쟁을 끝낼 수 있는 선수다. 마치 예수와 공을 차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메시를 치켜세웠다. 이전까지 마라도나는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가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그는 펠레 앞에서도 절대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메시를 극찬한 것은 이례적이다.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리는 메시는 선배의 칭찬에 화답이라도 하듯 “역사상 최고의 선수는 마라도나”라고 화답했다. 메시는 “마라도나는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다. 아마 100만년이 흘러도 그와 가까워질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나를 마라도나와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난 축구 역사에 그냥 메시로 남고 싶다”는 말로 마라도나의 후계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그와 끊임없이 비교되는 것이 끝나길 희망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