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고난 속에 있을 때
입력 2011-06-21 17:47
시편 77편
고난을 당할 때 우리는 주님을 찾습니다. 그러나 웬일인지 주님의 응답은 더디고 일이 풀리지 않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낙심해서 하나님의 의도를 헤아리게 됩니다. ‘주님이 나를 영원히 버리시는 것일까? 다시는 내게 은혜를 베풀지 않으시려나? 한결같다고 말하는 주님의 그 사랑도 이젠 바닥이 난 것일까? 나에 대한 노여움이 너무 커서 긍휼을 거둬 버리신 것인가? 예전에 내게 하셨던 약속들도 이제는 영원히 끝나 버린 것일까?’ 이런 생각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더 어두워지고 움츠러들고 두려움과 자책감에 빠져 듭니다. 더 잘하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하고 저지른 실수와 죄악들이 괴롭힙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탄식은 이미 시편 기자가 77편에서 했던 탄식이며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 독백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사람의 독백은 잊혀지고 꺼져버리는 소리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들으셨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것을 성경에 기록하셨고 우리가 읽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의 고뇌와 중얼거림을 우리에게 읽게 하시는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나만 이런 두려움과 거절감 속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른 수많은 사람이, 아니 어쩌면 하나님을 믿고자 걸어간 모든 자들이 경험한 어둠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편 기자를 하나님이 영원히 버리셨다면 그의 기도와 독백의 중얼거림은 성경에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가 느끼지 못하고 알아차리지도 못했지만 그 곁에 같이 계셔서 듣고 계셨고 더 나아가 그가 상상할 수 없었던 일, 즉 그의 고뇌의 탄식을 사용하셔서 다른 슬픈 자들을 위로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계시다는 점입니다.
인간에게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본능적으로 있습니다. 그래서 잠깐 아무 소리만 들리지 않아도 두려워하고 놀랍니다. 더구나 우리 스스로 나쁜 짓을 했다고 느낄 때 그 거절감은 사실이라 느낍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에게 자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사실을 계속 믿어야 합니다.
신앙은 훈련입니다. 거짓된 느낌을 무시하고 진리와 사실을 인정하는 훈련의 연속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믿기로 결심한 시편 기자는 울다 지쳐서 스스로 일어서는 아이처럼 이런 결심을 합니다. ‘주께서 하신 일을 나는 회상하렵니다.’(11절) 그는 주님이 자기를 버리셨다는 생각 속에 더 이상 빠져 들지 않고 지난 일을 기억하며 감사거리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주님께서 자신에게 해주신 일들을 하나씩 기억하고 되뇌며 마음에 깊이 새겨보려 합니다. 버림받은 듯한 두려움에 빠진 자가 배워야 할 태도입니다.
믿음의 길을 가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위로와 기쁨이 사라지고 사막 같은 메마름만 속에 있을 때 하나님이 문제를 속히 풀어주시지 않는 이유를 찾는 데 매달리지 마십시오. 오히려 지나간 은혜의 일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깊이깊이 되새기며 반추해보십시오. 되새김질할 은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십시오.
우리에게는 사실 예수님의 십자가 한 가지로 충분합니다. 나를 대신해 죄의 형벌을 받고자 하셨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하신 예수님이 계시다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내가 나를 버리고 부모가 나를 버리는 순간에도 주님은 절대로 나를 버리지 않으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 산 신앙입니다.
주서택 목사(청주 주님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