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논단] 주5일제 시대의 ‘메시지’
입력 2011-06-21 17:37
내년부터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된다. 기업들이 점차적으로 주5일제를 실시해 왔고, 이미 학교들도 한 달에 두 번 주5일제 수업을 시행해 왔다. 그런데 이제 전 기업에서 주5일 근무가 시행되고, 학교도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환영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 요지는 맞벌이 부부나 토요일에 쉬지 못하는 가정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토요일과 일요일에 집중적으로 생기게 될 학원수업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주5일제 수업이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원으로 돌아야 하는 현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그리고 교회 입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이제 주말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놀러갈 일이 많아서 교회에 더 많이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다.
그러나 주5일제는 이제 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일주일에 하루를 더 쉬는, 또는 더 노는 시간으로서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바꾸어 놓고, 생각도 바꾸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사람들의 생각이 일을 하기 위해서 쉬는 것이 아니라 쉬기 위해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사회도 본격적으로 여가화 사회가 되고, 그 결과는 단순히 놀이문화 확대가 아니라 삶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것은 곧 삶의 질에 대한 생각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 말은 단순히 여가시간이 많아져 사람들이 놀러감으로써 교회가 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교회라고 하는 공동체에서 보낼 마음이 없어지는 사실에 대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교회에 주는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과거 한국교회는 산업화시대 때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 성장의 이유는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도전의식을 주고, 희망과 소망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종교사회학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 시대에는 바로 이러한 삶의 가치가 절실히 필요했고, 교회는 바로 이러한 의식을 불어넣어주며 성령의 능력으로 이를 이루라고 말해 준 것이다. 그 시대에는 근면, 성실, 근검, 도전 등이 중요한 가치였고, 교회는 바로 이러한 가치들을 쉬운 설교를 통해서 교인들에게 적극 심어준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산업화시대의 메시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여가화 사회가 되면서 쉼, 가치, 성찰 등이 새로운 주제로 떠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교회는 산업화시대 때 이루었던 성장 동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목회자들은 적극적 사고를 강조하고, 교회를 사회에서 싸우기 위한 전의를 불붙이는 곳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여가화 사회로 들어오면서 예전을 강조하는 천주교가 급하게 성장하고, 사람들이 산사체험 등에 몰려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거기에서 쉼을 얻고, 삶의 가치를 성찰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시대에 아직 우리는 휘몰아치는 주일 프로그램과 산업화시대 때 의미 있었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데, 이것이 아직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 물어야 하는 것이다. 시대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구해야 할 때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