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내사, 명확한 법률적 규정없어 문제

입력 2011-06-21 00:39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합의가 극적으로 도출됐지만 검찰이 입건 이전 단계인 ‘내사’에 대해서도 경찰을 지휘할 수 있는지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20일 “개정 조문에 들어가는 모든 수사의 의미에 대해 내사는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회의 참석자들이 양해했다”고 말했다. 이귀남 법무장관도 국회 사법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경찰 내사 사건은 지휘 대상에서 빠진다”고 말했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이번 합의안을 통해 경찰이 검찰 지휘를 받지 않고 내사 사건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 경우 검찰의 수사지휘권 범위는 크게 축소될 수 있다.

내사는 실무상으로는 범죄 혐의를 수사기관이 인지하기 전의 조사를 뜻한다. 하지만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법률이 없다. 다만 ‘검찰사건사무규칙’에는 수사의 단서로서 조사 필요가 있는 사항, 상급검찰청에서 조사·보고를 명한 사항에 관한 서류를 접수한 때 내사사건으로 수리한다고 돼 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의 양해대로라면, 경찰은 예컨대 불법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를 연행했더라도 시위와 관련성이 없으면 입건하지 않고 자체 판단으로 훈방할 수 있다. 또 검찰이 유치장을 감찰할 때 내사 종결사건 기록부 등을 공개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내사에 대한 의미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경찰이 검찰 지휘 없이 내사 진행이 가능한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경찰이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피내사자 소환 등 임의·강제수사를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사건 입건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조사의 실질적 내용을 따져 내사인지 수사인지 결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대법원 판례를 고려해 입건 전 단계라도 내용상 수사에 해당하면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의를 끌고 간다는 방침이다. 결국 법무부령 논의 과정에서 내사를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경찰 수사 범위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검·경 사이에 마찰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