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강수량·황사도 돈”… 날씨금융상품이 뜬다

입력 2011-06-20 22:26


대기업 A사는 올 초 에어컨 구매고객에 ‘올해 봄 황사가 심하지 않으면 최고 40만원을 돌려준다’는 내용의 마케팅을 진행했다. 직장인 B씨는 갑자기 쏟아진 비로 가족과 떠난 여행을 망쳤지만 그에 따른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 모두 날씨보험에 가입된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의 C백화점 역시 지난해 여름 폭염과 긴 장마로 적자를 냈다. 그러나 미리 기온 변화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을 구입, ‘날씨 리스크’를 대비해 그해 전체 매출엔 큰 영향이 없었다.

기온, 강수량 등 날씨를 이용한 보험 및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내년까지 날씨파생상품의 기초지수를 개발할 계획이어서 상품 개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날씨보험이란=날씨 변동 위험을 대비하는 금융상품은 날씨보험과 날씨파생상품으로 크게 두 가지다. 1990년대 후반 도입된 날씨보험은 자연재해 피해에 대한 실손실액만을 보상한다. 예컨대 2000년 선보였던 동부화재의 ‘인터넷 전용 날씨보험’은 행사 14일 전까지 가입할 경우 날씨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면 피해를 보상해줬다. 현재 손해보험회사들은 휴양지 리조트 등이 실시하는 날씨 변화에 따른 이벤트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상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농작물재해보험, 풍수해보험도 날씨보험 중 하나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날씨와 실제 손해 간 상관관계를 밝혀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계약자와 분쟁 소지 가능성이 있어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현대해상화재에 이어 삼성화재는 이달 기상관측 통계와 다른 기상변화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기업 대상 ‘지수형 날씨보험’을 출시했다. 예컨대 비가 4㎜ 이상 온 날수를 15일, 일일 보상한도액을 1000만원으로 설정, 가입하면 실제 손해 여부와 관계없이 이 기준을 3일간 초과할 경우 3000만원을 받게 된다.

◇날씨파생상품 도입 초읽기=날씨파생상품은 아직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고 있어 생소할 수 있다. 기온이나 강우량, 적설량, 태풍 등의 날씨 현상과 관련된 자료를 수치화해 거래하는 금융상품으로 97년 미국에서 처음 거래된 뒤 유럽으로 확대됐다. 예를 들어 비 피해 규모에 맞게 파생상품을 사놓으면 폭우가 내릴 경우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어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파생상품이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투기를 부추긴다는 거센 비난을 받으면서 날씨파생상품에 대한 도입 논의도 중단됐었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재산피해액이 증가하면서 개발 필요성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2001∼2008년 기상재해에 따른 연평균 재산피해액은 약 2조3000억원으로 90년대(약 7000억원)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상청이 ‘기상산업진흥기본계획’에 따라 보험개발원과 함께 다양한 날씨지수를 개발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수형 날씨보험, 중장기적으로는 날씨파생상품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금융상품 중 대재해채권은 도입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법 개정 등의 절차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는 자연재해 위험 분산용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가 재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보험사는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용이하고, 투자자는 금리나 환율과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