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7600억 불법 외환거래 적발

입력 2011-06-20 18:41

국내 석유화학제품 중계무역업체가 조세피난처인 홍콩과 싱가포르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설립한 뒤 7600억원 상당의 불법 외국환거래를 한 혐의로 관세청에 적발됐다. 불법외환거래 단속 실적으로는 2007년 1조원 상당의 환치기 거래가 적발된 이래 단일사건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관세청은 20일 중계무역업체인 A사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외 석유화학업체 간 중계무역으로 발생된 이익과 운임과다계상분 등 총 7626억원을 홍콩과 싱가포르의 페이퍼컴퍼니 2곳의 계좌로 빼돌린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A사는 제3자 명의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이 회사가 중계무역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이익금은 싱가포르에 둔 다른 홍콩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로 보내 자금을 세탁하는 수법으로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A사의 불법외환거래 중 외화예금 미신고가 6782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불법상계 444억원, 재산국외도피 260억원 등 순이다. 관세청은 이 사건을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A사의 정확한 자금세탁과 재산도피 규모 등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A사는 불법외국환거래 외에도 뇌물수수, 매출 누락 등의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A사가 석유화학업체 임원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3억원을 제공했으며 고의적으로 매출액을 2조원 누락해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국으로 들어와야 할 소득과 재산을 제3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조세범처벌법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A사 대표 B씨의 자금운용을 맡은 동업자가 재미교포로 외국인이어서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에 있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