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학 순위평가 오히려 폐해가 많다

입력 2011-06-20 21:34

순위를 매겨 우열을 정하는 국제 대학 순위평가는 폐해가 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 47개국 850개 대학과 총장들의 모임인 유럽대학협회(EUA)는 20일(현지시간) ‘국제 대학 순위평가(rankings)와 그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대학 순위평가가 성행하면서 세계 고등교육계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장점보다 단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이 발표한 세계 500대 대학 순위와 영국 신문 더 타임스, 미국 신문 유에스 뉴스앤드월드 리포트 등 대학과 기관, 언론들이 해마다 쏟아내는 국제 대학평가들 가운데 영향력이 큰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EUA는 보고서에서 “각 순위평가가 공통적으로 대학의 임무 가운데 연구를 교육보다 너무 많이 반영하는 등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 대학의 설립 목적과 추구하는 가치와 기능을 도외시한 채 연구 실적 평가에만 치우쳐 다양성을 해치고 대학의 기능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또 “순위평가에 사용되는 방법론과 지표의 타당성이 부족한데다, 이와 관련한 해당 기관의 투명성과 공개성이 떨어짐은 물론이고, 대학들이 평가에 맞춰 실적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할 가능성 등에도 취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UA는 “평가기관이 자의적으로 사전에 선정한 300∼500개의 대학만 평가 대상으로 삼아 세계의 1만7000여 대학 중 대부분을 아예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순위 결과가 매스미디어에 의해 확대 재생산됨으로써 사회 구성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정책 입안자들도 이에 의존해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EUA는 우려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