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고엽제 속앓이… 장마전선 북상에도 美軍측 조사 등 ‘미적 미적’
입력 2011-06-20 18:35
장마전선은 북상하는데 주한 미군은 미적거린다. 캠프 캐럴 미군기지 고엽제 매몰 의혹을 조사 중인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20일 현재 주한 미군은 한국 국민에게 공개할 목적으로 캠프 캐럴의 오염실태를 다룬 보고서 두 권을 번역 중이다. 1992년 미 육군 공병단이 작성한 것과 2004년 삼성물산에 의뢰해 작성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21일 한국 정부에 제공됐고, 지난 1일 한·미 공동조사단을 발족시키면서 조속한 공개를 약속한 문건이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 한·미 양측 위원장의 공동 승인을 거쳐야 모든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를 근거로 미군이 건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군은 번역에 오류가 있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지 내 오염도 조사를 위해 세부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미군은 소걸음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문 서류를 보내면 접수, 번역, 회신 작성 등 최소 72시간이 지나야 답장이 오는 식이다. 이에 한국 측은 애초 국문으로 작성해 보냈던 서류를 영어로 만들어 보내는 등 불필요한 지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현장 조사에서 한국 측은 토양오염 여부를 단번에 밝힐 수 있는 시추조사를 주장했지만 미군의 반대로 지표투과레이더 등 비시추 조사를 우선 진행하고 있다. 현재 분석 중인 ‘기지 외부 토양조사결과’와 ‘기지 내부 조사결과’는 공동조사단과 SOFA 환경분과위의 검토를 거쳐 다음 달 말에나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주부터 남부지방에 장마가 시작될 예정이라 조사 일정은 전체적으로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