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민보안성 내부자료 최초 공개] 막강한 軍신분… 호위국 사칭해 여성 12명과 약혼

입력 2011-06-20 21:41


북한에도 병역기피가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편으로는 군인 신분을 가장한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진료소 의사가 복통 환자에게 ‘아편대’를 삶아먹으라고 처방하는 등 열악한 의료 환경도 북한 인민보안성 ‘법투쟁부문 일군(꾼)들을 위한 참고서’에 적시된 범죄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800달러에 신검결과 조작=병원의사 강대영은 800달러를 받고 대학입학을 위해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5명의 신체검사표를 조작했다가 적발됐다. 군사동원부의 호출을 받은 허영성이 시력이 나쁜 것처럼 꾀병을 부려 신검에서 불합격을 받은 이후 취업 과정에서 꾀병이 들통 난 사례도 있었다.

소형버스를 타고 해수욕을 하러 나선 청춘남녀가 우회도로를 이용하라는 인민군 병사를 구타해 한 달 동안 입원치료를 받게 했다거나, 노동적위대(우리의 예비군) 훈련에 동원된 악기공장 노동자가 열차간에서 졸다가 소총을 잃어버리는 등 세계 최고의 ‘병영국가’답지 못한 사건도 발생했다.

직장이 없는 이철(24)이 조선인민군 군관(중위)복으로 자신을 호위국(청와대 경호처) 소속이라 속이며 12명의 처녀와 약혼식을 치르는 등 북한 사회에서 군 위상이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건설노동을 하다 다리불구가 된 한 남성은 삼촌의 영예군인(상이군인) 메달을 달고 6명의 여성과 약혼 또는 결혼을 해 2명의 아이를 낳았다가 ‘칭호참용죄’로 처벌되기도 했다.

◇불법 민간치료 부작용 많아=‘국가는 모든 공민에게 완전한 무상치료의 혜택을 준다’(인민보건법 제 9조)’는 선전과 달리 인민보안성 내부 자료에 나타난 의료 관련 사건·사고는 북한이 의료후진국임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진료소(보건소) 의사들은 시아버지 생일에 가야 한다고 왕진을 거부해 환자를 사망케 하거나, 퇴근할 때 길에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식중독이라며 아편대를 달여 먹이라는 황당한 처방을 했다. 아편대 처방을 한 의사는 근무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거부죄’가 될 수 없다는 판단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료소보다 상급치료기관인 병원 내과의사 최치석은 급성폐렴 환자에게 유행성 감기 진단을 내려 환자를 사망케 했다가 ‘의료사고죄’로 처벌을 받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법 민간치료가 만연하고 있다. 한 여성은 자궁에 바람을 넣으면 유산이 된다는 산부인과 의사 말을 듣고, 자전거 튜브 펌프를 이용해 불법 시술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냈다.

엽기적 사건도 나와 있다. 간암 등을 고친다는 소문을 낸 뒤 찾아온 환자들에게 수은을 섞은 가짜의약품을 사용했다가 사망케 해 인민보안기관에 단속된 사례도 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