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엔 K팝, 중동엔 의료 한류… 카타르 보건장관 “장기이식술 배우고 싶다”
입력 2011-06-20 18:30
‘의료 한류’ 바람이 아시아를 넘어 중동 지역까지 불고 있다.
한국의 뛰어난 의료기술과 선진 병원 운영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중동 국가들의 방문과 중동에 진출하는 한국 의료기관들도 점점 늘고 있다.
중동 석유 부국 카타르의 알 카흐타니 보건부 장관과 하마드 의료법인 관계자 등 7명은 20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이 병원의 장기이식 기술과 심장질환 및 종양 치료의 임상 경험을 전수받고, 인력 교류와 첨단 의료 서비스 구축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암센터, 장기이식센터 등을 유심히 둘러보며 “진료 분야별 전문센터 운영이 놀랍고, 말로만 듣던 의료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병원 전산화라고 하는 IT와 메디컬의 융합은 꼭 배우고 싶은 분야”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카타르 등 대다수 중동 국가들은 정부에서 자국민 의료비를 부담하고 있지만 부족한 의료 기술로 자국 내 치료가 힘든 환자들(특히 선천성 심장병, 외상 치료, 장기이식 등 분야)은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 해외에서 치료받도록 하는 독특한 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다. 카타르의 경우 이렇게 해서 해외로 의뢰하는 환자가 연간 950건이 넘고, 정부가 외국에 지불하는 비용만도 1년에 1500억원에 이른다. 때문에 중동은 세계 각국 의료기관들의 해외 환자 유치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한국도 1년여 전부터 이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4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국내 의료기관으로는 처음 메디컬센터를 오픈했다. 병원 관계자는 “오픈 초기 20명 남짓이던 환자가 현재 150여명까지 늘었다”면서 “다른 국가 병원에 비해 빠른 진단과 검사 등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들병원도 올해 2월 두바이에 척추센터를 열었고, 내년에는 아부다비에도 개원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도 중동 국가들과 의사 연수생 방문 등을 통한 교류 활동을 꾸준히 해오며 현지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사업팀 김수웅 팀장은 “석유자원 고갈 이후 먹거리를 찾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보건의료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면서 “한국 의료기관 유치와 함께 정부 차원의 환자 해외 송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3월 보건복지부는 UAE 보건부와 아부다비, 두바이 보건청 등과 의료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UAE 측은 다음달 중 2∼3명의 환자를 시범적으로 한국 의료기관에 보내 치료받게 한 뒤 의료 수준이 검증되면 이후 100명 이상 단위의 대량 환자를 송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