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檢 수사 지휘권 더 강화됐다
입력 2011-06-20 21:54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정부안이 20일 확정됐다.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새로 명시하되,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총리실로부터 정부안을 제출받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를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이에 따라 이달 중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권재진 민정수석,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이귀남 법무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조현오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정회의를 열고 정부안을 도출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회의 직후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사개특위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검·경 양 기관이 성심을 다해 협의해 온 결과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공정사회의 두 기둥인 검·경이 큰 타협을 본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검찰과 경찰은 수사에 관한 문화를 바꾸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부안은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196조 1항을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고쳐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인정했다. 대신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수사를 개시, 진행하여야 한다’고 경찰에 수사 개시권을 부여하는 2항을 신설했다.
또 3항에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대목을 추가하고,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사법경찰관리는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검찰청법 53조는 삭제하기로 했다.
개정안을 놓고 검찰은 경찰이 관여하는 모든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지켜냈다며 안도했다. 그러나 향후 수사 과정에서 검·경 간 새로운 분란거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불만도 표시했다. 경찰 수뇌부는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경찰이 스스로 범죄를 인식해서 수사한다는 주체성을 명문화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내부에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오히려 강화됐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편 사개특위는 이날 검찰개혁안과 관련해 재정신청대상 확대, 기소검사실명제 도입, 사면심사위원회·가석방심사위원회 개선, 수사목록작성 의무 명문화, 압수수색 및 출국금지제도 개선, 검찰인사위원회 설치 등을 통과시켰다. 법조일원화 등 법원개혁안과 추가적인 검찰개혁안은 오는 22일 전체회의에서 논의된다.
김남중 천지우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