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패션전쟁’서 졌다… 여성들 미니스커트 등 서구적 의상 유행

입력 2011-06-20 21:28

반세기 가까이 철권통치를 유지해 온 미얀마 군사정부도 여성들과의 ‘패션 전쟁’에서는 패한 것으로 보인다. 폐쇄적인 통치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여성들 사이에서는 서구적 패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국민을 외부 세계와 고립시키고 자유를 차단하며 정권을 유지해왔다. 1962년 군정이 들어선 이후 미얀마는 ‘미스 유니버스’ 같은 세계미인대회 출전도 금지시켰다. 여성이 몸을 드러내는 것은 전통적 가치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2005년 수도가 양곤에서 네피도로 옮겨지면서 여성들의 패션은 과감해졌다. 보수적인 군정지도부가 네피도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LAT는 이 현상을 “군정 지도자인 아버지들이 네피도로 이사하자 양곤에 남겨진 딸들이 곧바로 짧은 치마를 입기 시작했다” 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군정이 2000년 산업 육성 정책으로 인터넷과 위성TV를 허용하면서 인기를 끈 한국드라마도 패션 서구화에 한몫을 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입고 나온 옷이 미얀마 여성에게는 ‘문화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무엇보다 미얀마의 젊은 여성들에게 미니스커트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짧은 치마가 군정에 대한 저항 의지를 표출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 인권운동가는 “여성의 과감한 옷차림은 군정에 항의하는 평화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학교나 관공서에서는 아직도 전통 의상을 착용하고 있다. 정부 기관지 등은 “노출이 심한 옷 등 퇴폐적인 외국 문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통을 지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AT는 이에 대해 “여성들의 패션을 장악하겠다는 것은 군부의 망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