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대통령, 반정부세력에 대화 제안… “빠른 시일내 새 헌법 제정·정치개혁 단행”

입력 2011-06-21 00:47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TV 생방송 연설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헌법을 개정하고 정치 개혁을 단행하겠다”며 반정부 세력에 대화를 제안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올해로 취임 11년을 맞은 알아사드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일어난 민주화 시위를 무력진압하며, 국내외적으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다마스쿠스 대학에서 약 70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의 미래는 국민 대화에 달려 있다”며 “대화를 통해 헌법 개정 또는 새 헌법의 제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당인) 바트당의 일당 독재를 종식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민주화 시위에 대해서는 “합법적 시위대와 파괴활동단체를 구분할 것”이라면서 “현 사태가 파괴활동가들의 선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리아 인권단체 등은 “군대 철수 등 대화를 향한 구체적 단계를 제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위대를 파괴주의자로 몰았다”면서 “민주주의의 신호를 읽을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이번 연설은 시리아에서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이후 세 번째다. AFP는 “연설이 끝나자 시리아 국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날 열린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26개 회원국 장관들은 유엔의 대응을 촉구했다. 카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를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시리아 정권은 정통성을 상실했다”면서 “알아사드 대통령은 개혁을 하지 않으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리아 반정부 인사들은 알아사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19일 ‘국가위원회(National Council)’를 구성했다. 국가위원회 자밀 사이브 대변인은 “시리아 국내외 정치 지도자와 공동체가 참여하는 국가위원회가 만들어졌음을 알린다”면서 “알아사드 대통령을 몰아내고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모든 도시, 부족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영국에 있는 시리아 인권감시단체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민간인 1310명과 군인 341명이 숨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