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보다 선품’… 착한 소비가 는다
입력 2011-06-20 18:12
회사원 이상진(29·여)씨는 2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8층 ‘에코샵’에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머그컵을 구입했다. 1개에 1만4000원으로 다소 비쌌지만, 수익금이 환경재단을 통해 기후변화 활동에 지원된다는 직원의 설명에 기분 좋게 지갑을 열었다. 이씨는 “매일 사무실 책상 위에 플라스틱 머그컵을 두고 사용했는데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컵이라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좋은 일에 쓰인다니 주저 없이 구입하게 됐다”며 “적극적으로 환경보호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이렇게 소비로라도 일조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고물가에도 ‘착한 소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친환경 소비, 공정무역, 로컬푸드 구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명품(名品)’보다 ‘선품(善品)’을 구매하려는 윤리적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2007년 본점, 2009년 잠실점에 낸 편집 매장 ‘에코숍(Eco-shop)’은 친환경 제품과 착한 소비에 대한 호응을 바탕으로 올해 1∼5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늘었다.
G마켓(www.gmarket.co.kr)이 2005년부터 진행 중인 ‘후원쇼핑’ 역시 매년 상품등록수가 증가하는 등 고객참여도가 높다. 판매자가 상품등록을 할 때 후원상품으로 설정하면, 고객이 해당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자동으로 일정금액이 후원금으로 적립된다. 현재까지 후원쇼핑을 통해 적립된 금액은 135억여원. 매년 적립된 후원금은 굿네이버스·어린이재단·유니세프한국위원회 등 NGO들을 통해 아동복지·문화후원·글로벌 해외봉사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 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CJ푸드빌은 이달 초 커피전문점 브랜드 ‘투썸커피’를 론칭하면서 드립커피를 제외한 모든 커피 음료에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쓰고 있다. 20일 서울 역삼동 투썸커피 1호점을 찾은 대학생 박한준(27)씨는 “다국적 기업이나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커피 농가에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공정무역에 관심이 많아 가까운 곳을 두고도 일부러 찾아왔다”며 “귀찮아도 아주 조금만 감내하면 커피농가는 물론 제3세계 노동자, 환경까지 살릴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G마켓 사회공헌팀 김주성 팀장은 “최근 저렴한 상품만을 추구하는 ‘합리적 소비’를 넘어 후원쇼핑이나 공정무역 상품 구매 같은 ‘윤리적 소비’가 늘고 있다”며 “기업들 역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생활 속의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