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국민, 검·경 양쪽서 내사받을 판”

입력 2011-06-20 21:43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정부 조정안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일부 문구에 대해선 논란을 벌였다. 특히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196조 1, 3항을 두고 지적이 잇따랐다.

우선 196조 1항의 ‘모든 수사’라는 조문이 논란을 빚었다. 1항은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돼 있다.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의원은 “‘모든 수사’에 내사가 포함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협의과정에서 제가 이의를 제기했고, ‘모든 수사’에 내사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같은 취지로 답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은 “‘내사’를 빼버리면 이제 내사에 대해선 어떤 법적 규율도 없다.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내사하게 된다”며 “국민은 검찰과 경찰 양쪽으로부터 내사를 받게 생겼다”고 했다.

이 장관은 “검·경에 의한 동시 내사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이해한다. 법무부령을 만들면서 깔끔하게 정리하겠다”며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진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모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한 3항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헌법에 따르면 기관 간 내부관계를 규율하는 사안은 국무회의 심의 사항이다. 이걸 법무부령으로 규정하는 건 옳지 않다”며 “굳이 하려면 대통령령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고 해서 법무부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충분히 관계기관 협의를 거치겠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과 조 청장은 답변 과정 내내 신경전을 펼쳤다. 이 장관이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시켜 준 것”이라고 언급하자, 조 청장은 “수사 현실을 법제화한 것이지 수사권을 조정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합의안은 대법관 출신의 김황식 국무총리가 직접 만든 대한민국 최고의 법률문서 아니냐”고 묻자 조 청장은 “오늘 발표된 것은 총리께서 성안한 것은 아니다”며 정부안이 여러 차례 수정된 데 아쉬움을 표시했다. 반면 이 장관은 “최종적으로 총리가 승인한 것”이라며 ‘완성본’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이 최근 집단적으로 수사권 조정에 반발한 것과 관련해서는 두 사람 모두 머리를 숙였다. 이 장관은 “검·경의 갈등이 많은 것처럼 비쳐진 부분에 대해 깊이 죄송스럽다”고 사과했고, 조 청장도 “결과적으로 제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