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檢 ‘실리’ 警 ‘명분’ 챙겨… 내사 지휘 여부 새 불씨
입력 2011-06-21 00:42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합의는 검찰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유지라는 실리를 안겼고, 경찰엔 수사개시권 인정이라는 명분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경찰을 현재 수준과 같이 통제하에 두려는 검찰과 독자적 수사 권한을 넓히려는 경찰 간 기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명시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했다.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기존 196조 1항이 수사절차의 대원칙이라는 점을 내세워 변경 또는 폐지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문구만 바뀌었을 뿐 검찰의 수사지휘권 자체는 사실상 손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검찰로서는 큰 불만이 없는 결과다. 특히 신설된 3항은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며 검찰의 우월적 지위를 재차 확인했다. 다만 검사의 지휘를 따르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 만큼 '사법경찰관리는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검찰청법 53조는 삭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1항의 ‘모든 수사’에 ‘내사’도 포함되느냐 문제는 검·경 간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20일 조정회의에서 수사의 의미에 내사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양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합의문 안에는 그 내용이 없다. 향후 법무부령의 세칙을 정할 때 수사개시 시점 등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2항은 경찰 쪽 의견을 반영해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한 때에는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며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했다. 경찰은 그동안 수사 개시부터 검찰 송치까지 1차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사건의 90% 이상을 경찰이 검찰 지휘 없이 진행하는 현실을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경찰은 과거처럼 수사의 보조자가 아니라 검찰과 동등한 수사의 주체가 됐다는 의미라고 자평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20일 오후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어 경찰이 검찰과 대등한 관계를 이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4항의 경우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는 항목을 넣어 수사종결권이 검찰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다만 사건 진행 과정을 ‘개시-진행-종결’의 3단계로 구분했을 때 이 조항은 경찰의 수사 개시와 진행권을 보장하는 의미가 더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정안에 추가된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는 조항 역시 향후 6개월간 검·경의 치열한 신경전을 예고하고 있다. 구체적인 검찰 지휘 범위를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검·경은 서로를 존중하고 합의된 결과를 성실히 수행한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검·경의 역학구조상 경찰이 검찰로부터 권한 양보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로 국민이 느낄 형사절차 변화는 일단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수사 현실상 결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