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樂이다”… 밴드 활동 잠시 접고 리메이크 음반 내는 김종서
입력 2011-06-20 17:27
가창력의 시대다. 사람들 사이엔 ‘가수라면 노래를 잘해야지’라는 이야기가 다시 오간다.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 때문인지 자신만의 음색과 창법으로 노래하는 가수들이 재조명되고 유행의 뒤안길로 물러선 것처럼 보이던 뮤지션들이 왕년의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가수 김종서(46·사진)의 복귀는 주목된다. 이달 말쯤 리메이크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는 그는 이미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그런데 그의 복귀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다. 지난해 밴드 ‘레이’를 결성한 그는 당분간 밴드 활동에만 매진할 것처럼 보였다. 김종서가 밴드 활동을 잠시 멈추고 흘러간 옛 노래 리메이크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김종서는 “정규 음반 만들 때보다 10배 이상 고민하며 앨범을 만들었다”면서 이번 음반을 만들게 된 이유를 들려줬다. 20년 넘게 활동하며 느낀 소회도 풀어놨다.
-리메이크 음반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가수라면 누구나 ‘저 노래를 내가 부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음반을 만들게 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구상했다. 대중의 심판을 떠나서 최소한 선배 가수들에게 누가 안 돼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다. 내 이름이 걸려 있는 음반이기 때문이다. 밴드는 언젠가 다시 할 것이다. 밴드는 내 마음의 고향이다.”
-어떤 노래를 담았나.
“일단 80년대 음악 3곡을 골랐다. ‘그것만이 내 세상’ ‘그대 내 품에’ ‘단발머리’가 실린다. 이 중 ‘그것만이 내 세상’은 원곡의 카리스마가 대단해 많은 가수들이 도전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곡이기도 하다. 나 역시 작업하면서 편곡만 10번 이상 바꾸게 되더라.”
-80년대 가요를 재해석하기로 한 이유가 있다면.
“80년대는 우리 가요의 감성이 최절정에 있던 시기다. 음반에 20년 넘게 음악하며 쌓은 노하우를 모두 풀어냈다. 70년대, 90년대 노래를 재해석한 음반도 연말까지 차례로 내놓을 거다. 올해 계획은 리메이크 음반 밖에 없다.”
이번 음반의 앨범명은 ‘락(樂)’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했다는 의미와 ‘록커 김종서’의 이미지를 동시에 보듬는 단어를 찾다 생각해낸 제목이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김종서가 걸어온 지난 24년간의 음악 활동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 1987년 임재범의 ‘후임 보컬’로 시나위에 들어간 김종서는 92년 솔로 1집을 발표하고 2001년까지 거의 매년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 하지만 2001년 8집을 내놓은 뒤 9집은 2005년이 돼서야 나왔다.
-2000년대 들어 활동이 뜸했는데.
“90년대에 너무 열심히 활동해서인지 지치게 되더라. 당시엔 CD를 쌓아놓고도 들을 시간이 없었다. ‘여유를 갖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노래할 수 있는 방송 무대도 줄어들었다. ‘버라이어티의 왕국’이 돼버린 느낌이었다.”
-부활 또는 시나위와 다시 뭉칠 생각은 없나.
“부활하고야 지난해부터 그런 얘기는 오가고 있는데,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보자는 입장이다. 시나위하고도 마찬가지다. (시나위 리더인) 신대철하고도 서로 마음은 열려 있다. 사람들이 우리가 다시 뭉친 모습을 보고 ‘와 저거 뭐야’라고 놀라게 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다시 하고 싶진 않다.”
시나위에서 김종서는 서태지와 함께 활동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로 ‘절친’이라는 것도 익히 알려진 얘기다. 그래서 최근 서태지의 비밀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일련의 소동에서 김종서의 이름은 자주 거론됐다. 행방이 묘연한 서태지를 대변해줄 인물이 마땅찮았기 때문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에게 음악적으로 가장 자극이 되는 동료가 누구냐는 질문에 서태지를 꼽기도 했다.
-서태지의 결혼 사실은 정말 몰랐나.
“몰랐다. 친하다는 이유로 당시 보도가 나가자 나한테 전화가 쇄도했다. 지금도 (서태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도 태지는 지금도 9집 음반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태지가 새 음반 들고 멋지게 돌아오면 그걸로 (모든 논란은) 끝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자극이 돼주는 동료로 7살이나 어린 서태지를 꼽은 이유가 뭔가.
“쉼 없이 자기 계발에 힘쓰고 ‘소리’에 대해 탐구하는 뮤지션이다. 태지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나 음악을 편견 없이 대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다.”
그는 “마흔이 넘어서야 음악이 재밌고 노래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숲을 보는 눈이 조금 생긴 것 같다” “예전엔 경주마처럼 살았지만 이젠 음악을 즐기는 법을 안 것 같다”고도 말했다. 끝으로 ‘나가수’ 출연 계획을 묻자 “그 프로그램 애청자다. 기회가 오면 나가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글=박지훈, 사진=구성찬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