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로가 내뿜는 향으로 가득한 예배당엔 하나된 ‘기도의 노래’가 퍼져갔다
입력 2011-06-20 20:43
성공회와 교환예배 드리는 경동교회에 가보니
19일 오전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박종화 목사)의 주일예배는 여느 때와 달랐다. “징∼ 징∼ 징∼” 첨탑 종도 차임벨도 아닌 징소리가 예배의 시작을 알렸다. 차분하게 예배를 준비하던 교인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배당 입구에서 신부들의 행렬이 들어왔다. 대열 맨 앞엔 십자가상의 예수 그리스도가 높이 들렸다.
한 신부가 강단 앞 탁자 위에서 향로를 흔들었다. 예배 집전자이자 설교자인 유시경(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신부 면전에도 향로를 흔들었다. 전염병 같은 불길한 것을 없애기 위해 중세 때부터 시작된 정결의식이다.
‘하느님’을 향한 기도문과 죄 고백의 기도는 신부와 교인들의 노래로 올려졌다. 한 음계로 된 이 기도는 기도 같으면서도 노래 같은 묘한 신비감을 준다. 성시(聖詩)도 노래로 했다. 신부가 한 줄을 부르면 교인들이 한 줄을 이어 불렀다.
성가대가 합창을 하는 동안 성서를 앞세운 행렬이 강단 앞에 등장했다. 설교자가 마태복음 28장 16∼20절을 공동번역 성경으로 낭독했다. 한 절 한 절 끝날 때마다 성호를 긋고 앉은 채로 큰절을 올리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유 신부는 한국 사회와 교회의 분열을 지적한 뒤 곧바로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 “우리는 한 주님을 섬기고, 한 신앙을 고백하는 한 형제·자매입니다. 예배 습관이 약간 다르다 할지라도 함께 만나 교제하고, 성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분열의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에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봉헌 시작과 함께 한 신부가 또다시 강단 앞 탁자에 향로를 흔들어 뿌렸다. 이번엔 모든 교인들을 향해서도 향로를 흔들었다. 은은한 향은 순식간에 예배당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교인들은 자신의 정결을 피부로 느끼는 듯 깊은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떡과 포도주를 나누는 성찬의 전례. 교인들은 한 사람씩 강단 앞으로 나가 떡과 포도주를 받아 마셨다. 서로를 축복하는 기도를 신부와 교인들이 번갈아 노래로 고백했다. 광고가 끝나고 파송성가가 울리는 가운데 신부들은 천천히 일렬로 퇴장했다. 입장할 때처럼 대열 맨 앞엔 십자가상의 예수 그리스도가 섰다. 11시30분에 시작된 예배는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처음 성공회 예배를 드렸다는 20대 청년 강한별씨는 “징을 치고 향냄새가 나는 게 생소하긴 했지만 웅장하고 장엄한 예배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형규 권사는 “보고 듣고 만지는 등 오감을 통한 예배를 맛볼 수 있었다”며 “이런 예배를 경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한 청년은 “성공회가 개신교였느냐?”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시간 서울 정동 서울주교좌성당에서는 경동교회 안미정 목사가 장로교 예배를 인도했다. 경동교회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올해로 11번째 교환예배를 이어오고 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