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죽음을 파헤치는 5인, 그들이 발견한 것은…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

입력 2011-06-20 18:18


자살인가, 살인인가. 자살이 아니라면 범인은 누구인가? 무거워 보이는 소재가 코미디와 드라마로 가볍게 풀어졌다. 의외의 결론은 관객에게 쓴웃음을 선사한다. 과거도 미래도 예상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고, 실수와 자책으로 가득찬 인간들의 인생이 가감 없이 보여진다. 대학로에서 인기리에 공연 중인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은 자학과 자책으로 힘든 날을 보내는 인간들을 향한 따뜻한 위안이다.

극 중 ‘키사라기 미키’는 다섯 주인공의 추앙을 받는 인기 여자 연예인이다. 매니저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전화 한 통을 남기고 키사라기 미키가 자살한 지도 어느덧 1주기. 키사라기 미키의 팬클럽에서 활동하던 익명의 다섯 남자가 오프라인으로 만난다. 키사라기 미키의 추도식을 갖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자는 게 이들이 겉으로 내건 만남의 목적이다. 극 초반 한심한 ‘오타쿠 5인방’처럼 보였던 다섯 남자의 정체는 후반부 서서히 밝혀지고, 이들이 재구성한 키사라기 미키는 성격과 모습을 갖추며 완전한 캐릭터로 탄생한다. 다섯 남자는 키사라기 미키의 사인(死因)을 뒤늦게 밝혀내며, 미키의 그늘에 가려 있던 그들 스스로의 인간적 매력과 장점도 발견해낸다. 극 중 키사라기 미키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내내 극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 특유의 과장된 액션이 눈에 거슬리긴 해도, 배우 다섯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볼 만하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상케 하는 유머, 극 후반부 폭발하는 드라마까지 재미의 요소는 촘촘히 박혔다. 결말을 위한 복선과 암시가 깔리는 전반부가 다소 지루하고, 각 배우의 연기력이 균질하지 않은 것이 흠이다.

배우 김남진의 복귀작이며 상반기 영화 ‘파수꾼’으로 인기를 모은 박정민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연기력뿐 아니라 배우의 외모와 상업성을 고려한 캐스팅이 인기 비결. 두 배우 외에도 김한 김원해 이철민 김민규 윤상호 최재섭이 두 팀을 이뤄 출연한다.

서울 동숭동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지난 9일부터 8월 7일까지 공연 중. 사토 유이치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CJ E&M과 빌리지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