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며 이룬 가수의 꿈… 신기해요” 음악인들 재능기부로 음반 낸 신민지양

입력 2011-06-20 19:28


암 투병 중인 한 여고생이 음악인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데뷔 음반을 발표하며 가수의 꿈을 이뤄 화제가 되고 있다. 대전 동신고 1학년 신민지(16)양이 그 주인공. 신양의 음반 ‘온 마이 웨이 홈(On My Way Home·사진)’은 20일 벅스 등 각종 음악 포털을 통해 공개됐다.

신양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또래 가수 지망생처럼 연예기획사에서) 연습생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닌데 가수가 됐다고 생각하니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일이 모두 신기하게 느껴진다”며 웃었다. 그는 “암 투병으로 힘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음반을 만들다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다”며 “내 노래를 듣고 몸이 아픈 아이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범한 중학생이던 신양은 2009년 10월 학교에서 심한 복통을 호소하다 찾아간 병원에서 난소암 발병 사실을 알게 됐다. 어른도 견디기 힘든 항암치료가 이어졌고 무력감에 빠졌다. 하지만 이듬해 4월 신양의 사연을 알게 된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 신양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적극 나서면서 병세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음악인들의 재능 기부를 유도해 음반 제작에 착수한 것이다. 1980년 미국에서 설립된 메이크어위시재단은 세계 35개국에서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소원성취 사업을 벌이는 단체로, 한국에서는 2002년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한 해 300명이 넘는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신양의 아버지 신현엽(43)씨는 “민지가 한동안 마음을 닫고 살았는데 음반을 만들면서 완전히 달라졌다”며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지금은 병세도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음원이 나온 만큼 통화 연결음이나 벨소리를 딸이 부른 노래로 모두 바꿀 것”이라며 기뻐했다.

모두 3곡이 담긴 음반엔 작곡가 성기영(40) 이규원(37) 유태환(33)씨가 참여했다. 앨범 표지사진은 가수 박지윤 장나라 등의 앨범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권영호(43)씨가 찍었으며, 음반 레이블 ‘폴 뮤직’도 제작을 후원했다.

신양은 “정말 마음에 드는 곡을 선물해준 작곡가 선생님들을 비롯해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많은 분들이 내 노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