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英교회 부활을 꿈꿉니다”… 런던서 인도인 이주자 사역 펼치는 김호정 선교사
입력 2011-06-20 18:52
최근 위디국제선교회(대표 문창선)가 발행한 2011 세계디아스포라 선교지도를 보면 전 세계 이주민 수는 2억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열린 ‘동경선교대회 2010’이나 ‘제3차 로잔회의’ 같은 국제대회에서는 ‘디아스포라 선교’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많은 국가가 다민족 사회를 이루고 있는 이 시대에 이주민들을 통한 선교가 보다 효과적이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호정(50·예장 합동 총회세계선교회 소속) 선교사의 사역은 주목할 만하다.
김 선교사는 1993년 인도로 파송돼 7년간 사역하다 아들의 질병문제로 영국으로 사역지를 옮기게 됐다.
“아이에게 뇌성마비 증세가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충격이 컸죠. 저는 인도에서 계속 사역하고 싶었지만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인도에 파송되기 전 언어훈련을 받았던 영국 사우스올 뱁티스트교회에 머물며 아들을 장애인 학교에 입학시켰다. 아이는 안정을 찾아갔지만 그는 사역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 무렵 보이드 윌리엄(사우스올 뱁티스트교회) 목사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사우스올 교회에서 인도 이주민을 위한 사역을 맡아 달라는 것. 영국의 경우 인구의 15%가 다문화 가정 출신이다. 사우스올 지역은 전체 8만여명의 주민 중 55%가 인도인이다.
“제안을 듣고 하나님이 저를 인도에 보내셨던 이유가 이것을 위해 준비시키신 것임을 알게 됐죠. 정말 놀라웠습니다.”
사우스올 내 인도인의 종교 분포는 시크교인 37%. 힌두교인 20%. 모슬렘 19% 등 기독교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선교사는 교회 문턱을 낮춰 이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우선 주중에 교육관을 개방, 영어학교를 개설하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강의 중간에는 기독교 교리를 전했다. 김 선교사는 영어뿐 아니라 힌디어에도 능통하고 인도에 있을 당시 시크교와 힌두교 교리를 공부해 인도인들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다.
노숙인들에게도 눈을 돌렸다. 지역 내 200여명의 노숙인 중 대부분이 인도인이었다. 그는 자원봉사자 13명과 매주 수요일 80여명의 노숙인을 초청, 식사를 제공하고 예배를 드렸다. 일주일에 2∼3회씩 노숙인들이 머무는 다리 밑을 찾아가 빵과 과일 음료를 전하며 격려했다. 어릴 적 고향에서 농사짓던 경험을 바탕으로 노숙인들을 가르쳐 함께 텃밭을 일구기도 했다.
그의 10년 사역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100여명의 인도 이주민들이 예수를 구주로 영접했다. 그중 한 인도인은 신학공부를 해 영국의 다른 지역에서 교회를 세웠다.
김 선교사는 이주민 사역을 통해 영국 기독교의 부활을 꿈꾼다고 했다.
“영국 국민의 59%가 기독교인이지만 그중 교회에 출석하는 인원은 약 6%에 불과합니다. 교회 출석 성도의 평균 연령이 51세입니다. 신앙의 무기력함에 빠진 그들을 자극할 촉매제가 필요한데 저는 이주민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