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를 위한 새 신학과 설교’ 좌담] “요즘 신학은 교회 밖 이슈와도 소통 중시”
입력 2011-06-20 20:42
서울 잠원동 한신교회(강용규 목사)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총장 레이어드 스튜어드)이 지난주 강원도 원주시 한솔 오크밸리에서 ‘새 시대를 위한 새 신학과 설교’를 주제로 신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샌프란시스코 신대원의 스튜어드 총장과 헨리 나우웬 이후 최고의 영성신학자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리버트 교수, 저명한 신약학자 앤 와이어 명예교수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 이들을 지난 16일 행사장에서 만나 이번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좌담 참석자
레이어드 스튜어드 총장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엘리자베스 리버트 교수 (〃 / 영성신학자)
앤 와이어 명예교수 (〃/ 신약학자)
<사회:강용규 한신교회 목사>
-이번 심포지엄의 의미는.
△스튜어드 총장=목회자들이 신학을 배우고 목회현장에서 이를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아울러 도시와 떨어진 이곳에서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고 휴식을 얻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한국을 방문한 소감이 있다면.
△리버트 교수=이번이 한국 방문 네 번째다. 한국에는 샌프란시스코 신대원 졸업생들이 많아 내게 가족이 있는 나라처럼 느껴진다. 또 한국은 배움의 대상이다. 한국교회의 복음, 선교, 전도, 성경공부, 찬양에 대한 열정을 배우고 싶다.
-심포지엄에서 한국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을 향한 메시지는.
△스튜어드 총장=성서 해석의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성서 내용도 더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목은 성서 해석의 바른 틀이다. 우리 시대와 상황에 맞게 성서를 해석하도록 돕는다.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스튜어드 총장=1982년 미국장로교 총회가 채택한 문서 ‘성서의 권위와 해석’ 등을 보면 성서를 해석하는 6가지 지침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예수가 성서의 초점’이다. 성서 자체가 성육신의 진리를 증언한다는 말이다. 둘째 ‘주관적 환상이 아니라 본문, 문법, 역사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성령님이 도움을 주신다’이며 넷째 ‘초대 교회의 교리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이다. 다섯째는 ‘모든 해석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부합해야 한다’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은 성서 사본을 확정하고 성서 원어를 이해하며 역사적·문화적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학문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대교회의 교리는 무엇을 말하는가.
△스튜어드 총장=예를 들면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서 받아들여진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한 인격 안에서 참 사람이고 참 하나님이다’라는 정의 등이다.
-현재 세계 신학의 동향과 문제점, 방향 등이 궁금하다.
△와이어 교수=지난 20세기에는 개인과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라고 신앙 고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1세기에는 신학의 초점이 약간 바뀌었다. 기독교 내부의 신앙고백뿐만 아니라 기독교 밖의 이슈들에 관심을 갖고 소통하는 것을 중시한다. 예수님도 자신보다 하나님, 하나님 나라에 더 집중했다.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같은 하나님을 믿는 이들끼리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학교육이 목회 일선에서 잘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해결방안은.
△리버트 교수=오래 된 고민이다. 나는 실천신학을 전공했다. 실천신학자는 삶의 경험을 통해 신학을 도출한다. 반면 조직신학자는 믿음을 통해 신학을 정립한다. 둘 다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이 두 학문이 상호 소통하고 보완하면 서로 발전할 뿐만 아니라 실제 목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리버트 교수는 가톨릭 수녀이면서 개신교 신학교 교수다. 이에 따른 교리 간 갈등은 없나.
△리버트 교수=수녀로서 지난 24년간 개신교 학생들을 가르쳤다. 사실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데 나도 놀랐다. 전공은 영성이다. 학생들이 배워온 신앙적 기초에 따라 영성은 다양하다. 나는 각자의 영성과 신학을 연결시키라고 학생들에게 요구한다. 이것이 각자의 영적 뿌리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 ‘분별’에 대해 설명해 달라.
△리버트 교수=분별이란 하나님이 어떻게 존재하시는지, 어떻게 활동하시는지, 개인적으로든 공동체적으로든 우리를 어떻게 부르시는지 아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뜻에 더 신실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특별히 이번에 간단한 분별력 훈련을 했다. ‘인식검사’라고 하는데, 일상에서 하나님이 일하신 흔적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하루 일과를 되짚어 보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탐구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거부하는 내면의 요인을 분별할 수도 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신약 신학의 세계적인 흐름은 어떤가. 마가복음 강의와 어떻게 연결되나.
△와이어 교수=19세기에는 신학의 교리를 강조했다. 20세기는 역사라는 키워드로 신학이 펼쳐졌다. 20세기 후반에는 다시 역사에서 문학으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저자에 대한 관심도 강조됐다. 마가복음은 이야기방식으로 지어졌다. 예수시대 마을에서 복음이 회자됐다. 이 복음이 당시 인기 있는 이야기꾼을 거쳐 그리스도 사본들, 그리스어판, 그리고 현대의 영어나 한국어 번역본으로 나오기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마가복음을 이야기꾼들의 복음서로 받아들이면 더 분명하게 복음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기에 선 한국교회를 위해 조언한다면.
△스튜어드 총장=먼저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한다. 옛날에 비해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줄었다.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또 공격적인 태도를 지양하면서 어떻게 복음을 전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교회, 교단은 이 위기에 대처하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하나님께 지혜를 달라고 간구해야 한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