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 산 인생 "발모 치료제 개발했어요"

입력 2011-06-20 12:30


“저는 20대 초반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유전이기도하지만 카이스트 박사과정 때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제 머리 어떤가요?”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대 창업보육센터에서 만난 최명준(49) 바이오벤처 ㈜피토스 대표는 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머리카락이 몇 가닥 없는 사진 몇 장을 보여줬다. 1년 전의 모습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탈모 예방과 발모 효능이 있는 화장품 ‘피토페시아’를 개발했다. 앞으로 항암치료제로까지 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비결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앙 이야기부터 꺼냈다. 부산대 약학대를 나온 최 대표의 고교 시절 꿈은 목회자였다. 고3이 돼 대학입시 원서를 쓸 때쯤 집 안팎의 반대에 부딪혔다. 학력고사 3개월을 앞둔 어느 날, 운명이 바뀌는 멘토가 나타났다. ‘생명을 구하는 공부를 하라’는 약대 출신인 그분의 한 마디에 진로가 달라져다. 교회 종탑 밑에 있는 방에서 공부하면서 ‘열공’에 들어가 약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20대는 영적인 암흑기였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신앙생활은 멀어져갔다. 카이스트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녹십자 목암연구소에 들어가 백신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지독한 일 중독자였으며 술독에 빠져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경고의 메시지가 왔다. 소변에서 피가 나왔다. 병원에 입원했더니 신장암이었다. 한 쪽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다른 곳엔 전이되지 않았다. 그 때부터 “나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외환위기 직후라 경기도 성남시 곳곳에 노숙자가 즐비했다. 그들을 돌보는 게 최고의 행복이었다.

녹십자를 퇴사하고 3년 동안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 그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한국임상시험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혈소판에서 분비되는 ‘S-1-P(스핑고신-1-포스페이트)’을 화학물질로 합성하는 방법과 탈모효능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피를 바르면 상처가 회복되고 머리가 난다는 고전 의학에 창안해 연구에 들어갔다. 상처 치유, 신생혈관 생성, 스트레스에 의한 세포사멸 억제 등의 효능이 있음을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된 터였다.

문제는 1g당 1억5000만원이나 하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없을뿐더러 대량생산은 더욱 불가능했다. 카이스트 화학과 박사 출신인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 사람은 실패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지난해 초 S-1-P와 같은 효능의 물질인 ‘PhS-1-P(피토스핑고신-1-포스페이트)’ 개발에 성공해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받았다. 수원=글·사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