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민보안성 내부자료 최초 공개] 민감한 공개처형 부분 쏙 빼
입력 2011-06-20 00:58
최초로 남측에 공개된 인민보안성 내부 자료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있다.
①공개처형 왜 없나=류경 국가안전보위부(우리의 국가정보원) 부부장이 지난 1월 숙청되면서 고위층이 보는 가운데 99발 총탄을 맞고 공개처형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한에서 공개처형은 일상화돼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이번 자료에는 국방기밀에 해당하는 T-20 전차 설계도면을 잃어버렸거나 월경(越境)을 돕는 등 중죄를 저질러도 최대 무기노동교화형(무기징역)에 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법 전문가인 신영호 고려대 교수는 19일 “이는 인민보안부가 처리한 사례로, 체제안전 등 민감한 부분은 빠져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공개처형을 요하는 범죄는 주로 보위부나 보위사령부(우리의 기무사령부) 등이 주로 다룬다는 것이다.
②사건 일시가 적시되지 않은 이유=이 자료에 나온 721건의 사례 가운데 날짜와 시간이 적시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반면 소속과 직책 이름, 상세한 수치가 적시돼 있다. 또 각각 사례에 대한 처리 지침을 밝힐 때 ‘2007년 10월 16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지시 제162호∼’와 같이 일시를 정확히 밝힌 점에 비춰 대조적이다. 이는 이 자료의 목적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쉽게 설명하기 위한 용도인데, 꼭 일시를 특정해 넣을 필요성이 없지 않았느냐는 해석이다.
③민감한 부분 숨겼다?=문화재 절도 사례 중 고려 말기 문신 겸 학자인 정몽주 유적인 개성의 ‘숭양서원’ 출입문 절도 사건이 나온다. 그런데 정몽주를 ‘정몽준’으로 썼다. 국가대표 탁구 감독 뇌물 사건을 소개하면서 박두성이라는 이름을 썼다. 그런데 실제로 뇌물 사건에 연루된 인사는 박무성일 가능성이 있다. 박씨는 1979년 탁구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를 논의했을 당시 참여했던 북한 체육인이다. 국제 구호물자를 빼돌린 운전수 사례를 소개하면서 사건 장소를 ‘ㅊ항’으로 소개했다. 국제 구호물자가 주로 청진항을 통해 반입된다.
이성규 이도경 기자 zhibago@kmib.co.kr
[키워드] 인민보안성
우리나라의 경찰에 해당하는 북한의 핵심 공안기관이다. 국방위원회 직할 조직으로 지난해 4월 인민보안성에서 인민보안부로 개칭된 사실이 북한 언론을 통해 확인됐다. 조직은 중앙에 본부가 있고, 행정구역 단위별로 지부가 있어 우리 경찰과 흡사하다. 인민보안부장은 지난 4월부터 이명수 국방위 행정국장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