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확정 아니라도 재심 구제” 법원 첫 판단

입력 2011-06-19 18:47

피고인 사망으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져 더 이상 유무죄를 다툴 수 없는 사건도 재심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조해현)는 납북어부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됐다가 재판 중 사망한 강경하씨에 대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강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죄가 인정돼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최종심 판단을 앞두고 사망했고, 대법원은 이를 이유로 강씨에 대해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형사소송법 420조는 재심 대상을 유죄 확정판결에 의한 경우로 규정하지만 이번 판결은 무고한 시민을 구제한다는 재심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린 것이다. 그동안 재심은 조작된 증거물 등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에게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구제 절차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사망에 따른 공소기각 결정으로 끝난 사건은 통상적인 절차를 통해서는 더 이상 유무죄의 실체관계에 불복할 수 없다”며 “무고한 시민의 법적 구제수단인 재심이 이 경우에도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1971년 10월 강원도 고성 근해에서 북한경비정에 납치된 뒤 귀환했으나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고문 등에 못 이겨 간첩으로 몰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