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대형 증권사 배만 불리나
입력 2011-06-19 18:40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방안이 사실상 대형 증권사에 유리하게 개정돼 일부 금융회사만 수혜를 독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운용 자격을 얻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금융위는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증권사, 수탁액 4조원 이상의 자산운용사, 일임계약액 5000억원 이상의 투자자문사만 헤지펀드 운용 자격을 갖도록 했다. 최저 자기자본 요건은 60억원선에서 결정됐지만 실질적인 자격요건이라 할 수 있는 운용경험 측면에서의 자기자본 상한선이 당초 검토안보다 강화됐다.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은 운용경험 측면에서의 자기자본 범위로 증권사는 5000억∼1조원 이상, 자산운용사는 2조∼4조원 이상, 투자자문사 일임계약 2500억∼5000억원 이상 등을 제안했는데, 각각 상한선에 맞춰 운용 자격이 정해졌다.
이에 따라 새로 정해진 헤지펀드 운용 인가 자격을 충족하는 회사는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40곳에서 27곳으로 줄어들었다. 증권사 10개사, 자산운용사 11개사, 투자자문사 6개사 등이다. 특히 투자자금 대출, 주식매매 위탁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전담 중개업자) 업무는 대형사 5곳 정도만 취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프라임브로커의 구체적인 인가 자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2조∼3조원대로 자기자본을 규제한다고 알려졌다.
운용 자격을 얻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 증권사에 헤지펀드의 수혜가 집중되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9일 “개인투자자 투자요건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완화돼 기대가 컸는데, 대신 운용업자 규제는 강화돼 헤지펀드 취급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수익 창출 여력이 큰 프라임브로커를 준비해오다 자기자본 규제에 덜미를 잡힌 증권사들도 반발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2조원에 약간 미달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기자본만으로 규제안이 마련된다면 대형사 위주로 금융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형 금융회사들은 신났다.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헤지펀드 전문 자산운용사 설립을 검토 중이고, 우리투자증권은 프라임브로커를 겨냥한 글로벌 모태펀드 조성에 나섰다. 삼성증권은 유럽 공모 헤지펀드를 벤치마킹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