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등골 빠지네”… 주택대출금리 30개월만에 최고
입력 2011-06-19 21:58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0개월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개인 금융부채는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 금융당국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베이비스텝’ 전략을 취해온 한국은행은 딜레마에 빠졌다. 물가를 잡고 늘어나는 가계 대출을 줄이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하지만 기준금리를 올리면 기존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커져 시한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번 주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지난주보다 0.1% 포인트 올린 연 5.27∼6.57%로 고시했다. 이는 2009년 1월 초 이후 거의 3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각각 0.1% 포인트 안팎으로 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다. CD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 역시 은행별로 1년 전보다 0.5∼0.7% 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1년 새 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이후 5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저금리 기조 탈피 움직임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인 금융부채가 지난 3월 말 1006조6000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한 데다 가계대출도 지난 4월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인 606조900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가운데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대출 비율이 78.4%에 달하는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수록 가계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가계 부채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를 고집,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 기준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마이너스 금리’시대는 1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7개월)보다 배 이상 긴 기간이다.
게다가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인해 가계 부채가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황이어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낮추기도 애매한 상황에 빠져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경제동향연구팀장은 “가계부채가 이렇게 늘어나기 전에 기준금리를 올렸다면 이자 부담 때문에 가계부채가 이 정도로 늘어나는 걸 막았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채 가구의 부담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미룬다면 나중에는 올리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정상화해 더 이상의 급등세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