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기름값 원상회복되는데, 정유사들은 울상 왜?… 올리면 비난 걱정 안올리면 적자 걱정

입력 2011-06-19 18:28


지난 4월 휘발유와 경유값을 ℓ당 100원 할인했던 정유사들이 다음 달 초 할인기간 종료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루속히 할인기간이 끝나 정상가격을 받길 바라지만 하루아침에 다시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주유소 판매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ℓ당 100원을 곧바로 올리면 온갖 뭇매는 정유사들이 맞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6일 할인기간이 끝나면 7일부터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ℓ당 100원씩 오른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3사는 현금으로 ℓ당 100원을 올리고, SK에너지는 ℓ당 100원 카드할인을 적용하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7일부터는 해당 석유제품의 주유소 판매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유사들이 공급가격을 인하했을 때 주유소에서는 ‘ℓ당 100원 인하’가 적용되지 않고 30∼70원 정도 떨어졌던 것과 달리 100원을 그대로 올려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따라서 100원 내릴 때는 소비자들이 크게 체감하지 못했지만, 할인기간 종료 후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공급가격은 정부에서 늘 주시하기 때문에 속일 수 없다”며 “다만 주유소는 정유사가 통제할 수 없어 100원을 인하하고 올릴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은 크게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그러나 3개월 동안 가격 할인으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손해본 상황에서 가격인하를 연장하거나 100원의 일부만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지더라도 가격을 원래대로 100원 올려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석유제품 가격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하는 석유유통업자들이 적지 않은 데다 유사 석유제품 단속 등으로 석유제품 소비가 크게 늘어 정유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등 현금 100원을 인하했던 정유사들은 최근 수요가 20∼30% 늘어 공급을 맞추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결국 정유사들엔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게 최선이지만 유가가 급락하는 것 역시 정유사엔 부담이다. 정유업계는 유가가 상승하면 실적이 좋아지고 하락하면 나빠지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상반기 배럴당 140달러에 이르던 국제유가가 9월 리먼브러더스 쇼크로 하반기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정유업계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해 왔으나 하반기에 유로존의 악재가 터지면 유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이 폭락하거나 폭등하면 정유사들은 뭇매를 맞거나 영업실적 악화로 골병이 들 수 있다”며 “유가가 서서히 등락을 해주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