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 모로코도 ‘민주화 봄’… 모하메드 6세 개헌 제안, 권력 상당부분 이양·사법부 독립
입력 2011-06-19 22:17
‘아랍의 봄바람’이 아랍권에서 가장 오래된 절대 왕정 국가인 모로코도 변화시켰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부응해 모하메드 6세(47) 국왕이 17일(현지시간) TV연설을 통해 개헌을 제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국왕이 제시한 개헌안에는 정부 및 의회에 상당 부분 권력을 이양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개헌안에 따르면 왕은 앞으로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 출신의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 총리는 의회 해산권 및 왕의 승인 하에 내각 각료, 주지사, 대사 등을 임명할 수 있는 인사권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국가 안보 및 군대, 종교에 대한 왕의 절대적 권한은 유지돼 ‘절반의 개혁’이라는 평도 나왔다. 개헌안은 다음 달 1일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모로코는 입헌군주제를 표방하고 있으나 사실상 국왕이 전권을 행사하는 전제군주제 국가에 가까웠다. 올해 초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재스민 혁명이 일어나자 모로코 국민 역시 지난 2월 20일부터 국왕의 권력 제한 등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이에 모하메드 국왕은 3월 헌법수정위원회를 발족하고, 정당·노조·비정부기구(NGO) 등과의 협의를 통해 새로운 헌법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국왕은 이날 연설에서 “수정헌법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시민의 자유와 존엄이며 핵심은 권력의 분립, 독립, 균형에 있다”고 강조했다.
모로코인 대부분은 개헌안이 민주화 국가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야당인 진보사회주의당의 모하메드 베나브달라 사무총장은 “모로코가 새 시대로 접어들었다”면서 “입헌군주제의 토대를 닦는 개헌안”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던 시민단체 등은 “(개헌안이) 우리의 핵심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며 더 큰 변화를 요구하는 평화시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운동가인 나지브 차우키는 “우리는 (모로코가) 전제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 국가로 변화하길 원한다”면서 “현 개헌안에서는 국왕이 여전히 중요한 권력을 유지하게 된다”고 비난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