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탈레반, 아프간서 평화협상… 공식 확인 처음으로 美軍철수 앞당겨질 가능성
입력 2011-06-19 18:06
미국이 10년간 끌어 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과 회담 중이라고 아프간 대통령이 밝혔다. 미국이 탈레반과 협상 중이라는 내용이 공식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담 결과에 따라 아프간 내 미군 철수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미국-탈레반 평화회담=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레반과의 평화회담이 시작됐다”며 “미국이 참여해 탈레반 밀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 측은 이에 대해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아프간이 이끄는 평화 협상을 지속적으로 지지한다”고만 밝혔다. 그는 또 “탈레반은 폭력을 포기하고 알카에다와 결별하는 한편 아프간의 헌법을 따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카불 주재 서방 직원들은 탈레반과의 이 같은 접촉은 초기 단계로, 탈레반 지도부와 대화 채널을 연결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탈레반 지도부 테러로 응답=카르자이 대통령이 평화회담을 확인하는 기자회견을 갖자마자 탈레반 지도부는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이날 아프간 군복으로 위장한 남성 3명이 대통령궁 인근 경찰서를 급습, 2명이 경찰들에게 총을 쏘는 동안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1명이 폭탄을 터뜨렸다. 이 사건으로 시민 5명 등 총 9명이 사망했다고 아프간 내무장관이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디는 AP통신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탈레반이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군 철수 앞당겨지나=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회담이 공식 확인된 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18일 미국의 비밀 작전이 아프간 내 알카에다 조직을 약화시켰으며, 그 결과 아프간에서 알카에다의 핵심 인사 30명 중 20명이 지난해에 살해됐다고 전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빨리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백악관의 결정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아프간에는 2009년 추가 파병된 3만3000명을 포함해 10만명의 미군이 현재 주둔해 있다. 미국은 7월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병력을 철수할 계획이다. 미 군부는 그러나 내년 가을까지는 아프간에서 증원된 군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