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동포 5000명 “차별의 설움 교회가 씻어줘”

입력 2011-06-19 18:17


중국 옌지(延吉) 청년이 지상파 TV 프로그램에서 수만대 1의 경쟁을 뚫고 우승해 스타가 되는 오늘의 한국. 과연 중국 동포들이 겪던 차별과 무시는 옛말이 된 걸까. 19일 오후 2시 서울 구로동 베다니교회(곽주환 목사)에 모인 5000여명의 중국 동포들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듯했다. 자신들의 처지를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말 한마디에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그들의 모습이 여전히 차가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대표 김해성 목사)이 주최한 ‘2011 중국 동포 희망 축제’에는 대림동과 가산동 일대에 밀집한 동포들뿐 아니라 동탄 수원 등 수도권, 심지어 경남 창원 등 지방 거주자들까지 몰렸다. 5000석 본당 1·2층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뒤쪽에 서 있는 사람들, 모니터가 달린 복도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이 이렇게 모인 것은 온전히 중국 동포들만을 위한 행사이기 때문이었다. 1부의 중국 동포 어린이, 청년, 성가대의 공연, 3부의 중국 전통음악 ‘얼후’ 연주와 중국 옌볜의 유명 배우이자 개그우먼인 이옥희 공연 등을 보러 왔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행사는 중국과 대한민국 국기에 대한 경례, 양국 국가 부르기 등 평소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중국 동포들을 배려하는 순서로 시작됐다. 다음으로 지구촌사랑나눔 산하 어린이집·국제학교 소속 어린이 20여명이 나와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라는 노래를 부르자 분위기가 더 밝아졌다. 이어 사회자가 “저 멀리 중국에 두고 온 자녀들이 들을 수 있게 큰 목소리로 외쳐봅시다!”라고 권하자, 너도나도 양손을 들고 “사랑하는 아들아, 딸아 힘내라!”고 외쳤다.

김해성 목사가 1999년 재외동포법 국회통과 저지를 위한 단식, 헌법 소원, 방문취업제 개정 운동,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 현장에서 중국 동포들과 함께해 온 과정들을 전하자 참석자들은 연달아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김 목사가 “법무부는 재외동포법을 전면 시행하고, 중국 동포들을 다른 나라 동포와 똑같이 대우하며, 자유 왕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행사 장소에서는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서 5년간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방문취업제’가 내년 종료되는 데 대해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도 진행됐다.

가산동에서 온 이정옥(50·여)씨는 “5년 시한이 다 돼서 걱정이 많던 차에 이렇게 우리 편에서 말해 주니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교회에 처음 와 봤다는 김명녀(56·여·서울 구로동)씨도 “이런 자리라면 자주 오고 싶다”면서 웃어 보였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