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스티븐 김, 무리한 간첩죄 적용

입력 2011-06-19 18:07

미국 주요 언론들이 간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한국계 스티븐 김(44)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법 당국의 간첩죄 적용이 무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그의 업무 능력과 애국심, 형평성 문제,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딛고 일어선 이민 1.5세대로서의 개인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자에서 무기 전문가인 스티븐 김이 국방부 국무부 등 미국의 안보 전선에서 일하다 간첩으로 몰린 이유는 “적대국을 도와준 것이 아니라 단지 기밀 사항을 폭스뉴스 기자에게 알려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그가 2009년 (북핵 상황에 대해) 너무 솔직하게 기자에게 말했고, 이를 조사하는 연방수사국(FBI) 직원에게 거짓 진술을 했다는 혐의가 있다”면서 “그렇지만 이민자로서 유능하고 자수성가한 그의 개인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동정적으로 묘사했다.

2009년 3월 스티븐 김은 국무부 공보담당자의 요청으로 폭스뉴스 기자에게 북한 문제에 대해 설명해주고 이메일도 교환했다. 이를 바탕으로 폭스뉴스는 “중앙정보국(CIA)이 북한 내 정보원을 통해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실험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전혀 새로운 사실은 아니었지만 CIA는 기밀 정보가 곧바로 유출됐다는 사실에 격앙됐고, 바로 FBI가 수사에 착수했다.

NYT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스티븐 김 수사가 정보 당국의 강력한 문제 제기로 시작된 ‘시범 케이스’ 중 하나였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신문은 또 스티븐 김 동료들의 말을 인용해 애국심이나 능력, 특히 보안 측면에서 그가 나무랄 데 없다고 전했다.

이달 초 연방검찰은 국가안보국(NSA) 고위 간부 출신 토머스 드레이크에 대한 재판 도중 간첩죄 기소를 철회했다. 언론들은 사법 당국의 무리한 간첩죄 적용 방침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행여 그가 소수인종이기 때문에, 또는 미 정부의 강화된 보안 정책 때문에 시범 케이스로 걸려 과도한 처벌을 받는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계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이스라엘이나 중국 같은 나라는 이런 경우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