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아들’ 넘어 뮤지션으로 홀로 서다… 17년만에 솔로 음반내는 기타리스트 신윤철

입력 2011-06-19 17:52


3인조 록 밴드 ‘서울전자음악단’의 기타리스트 신윤철(42). 한때 그에겐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었다. ‘록의 대부’ 신중현의 아들, 혹은 밴드 ‘시나위’를 이끄는 신대철의 동생….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는 ‘신윤철’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빛나고 있다. 특히 2004년 결성한 서울전자음악단을 통해 보여준 음악적 성과는 대단했다. 인상적인 음악들을 내놓으며 평단의 갈채를 이끌어냈다. 서울전자음악단은 2009년 내놓은 2집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Life is Strange)’를 통해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록 음반’ 부문을 휩쓸었다.

최근 서울전자음악단 소속사인 서울 서교동 ‘비트볼 뮤직’ 사무실에서 신윤철을 만났다. 최근 싱글 ‘소년시대’를 발표한 그는 오는 28일 미니앨범 ‘신윤철’을 발매한다.

무려 17년 만에 내놓는 솔로 음반이다. 그는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라며 “친한 가수들이 객원 보컬로 많이 참여한 만큼 새로운 밴드를 만든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했다.

“솔로 음반이지만 혼자서 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노래 잘하는 친구들과 함께 만든 공동 작품이죠.”

미니 앨범엔 방준석 김바다 정인 등이 객원 보컬로 참여했다. 먼저 발표한 ‘소년시대’를 포함해 모두 6곡을 담았다. ‘옛날 음악’에서 나오는 소리를 담기 위해 레코딩은 50, 60년대에 만들어진 마이크나 앰프를 사용해 경기도 양평의 한 펜션을 빌려 진행했다. 3곡은 연주와 노래를 동시 녹음했다.

신윤철은 “인위적인 느낌을 없애고 살아있는 감정을 담고 싶어 이런 작업 방식을 택했다”며 “요즘엔 밴드도 다 악기별로 따로 녹음하고 디지털 기기도 많이 쓰다 보니 자극적인 소리가 많다”고 했다. 그는 “TV에 나오는 음악과 다른 음악,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내내 신윤철은 시종일관 느릿한 말투로 신중하게 답변했다. 무대를 휘어잡는 록 밴드의 기타리스트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말주변이 없었다. 이렇게 수줍음 많은 사람이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됐을까 궁금할 정도였다.

“형(신대철)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한테 기타를 배웠어요. 저는 그때 3학년이었는데 그때부터 형을 졸랐어요. 기타 좀 가르쳐 달라고. 근데 ‘넌 손이 작아서 안 돼’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5학년이 돼서야 기타를 잡게 됐어요. 초등학생이었지만 비틀스나 지미 핸드릭스, 제프 백 음악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기타가 정말 좋았어요.”

신윤철은 열아홉 살이던 1988년 솔로 1집 ‘보랏빛 하늘’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94년 3집 ‘명태’를 발표한 뒤엔 ‘복숭아’ ‘원더버드’ 등 밴드 활동에 주력했다. 20년 넘게 음악의 길을 걸은 그에게 때로 아버지의 그늘이 콤플렉스가 되진 없었을까.

“어차피 처음부터 아버지보다 훌륭한 뮤지션이 되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내가 넘지 못할 산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히트곡이 있었으면 아버지랑 비교를 당했을 수도 있는 만큼 (많이 유명해지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해요.”

2009년 4월 결혼한 그에겐 아직 자녀가 없다. 자신이 그랬듯, 자식이 언젠가 기타리스트의 길을 걷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음악을 억지로 시킬 생각도 없지만 강제로 막을 생각도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