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檢警 수사권 조정, 섣불리 다그칠 일 아니다
입력 2011-06-19 17:42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경찰은 일단 수용을 고려하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19일 무거운 분위기에서 평검사회의를 개최해 의견을 조율했다.
김 총리는 사법경찰관(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196조 1항과 검사에 대한 사법경찰관리(사법경찰관, 경사, 순경)의 복종의무를 규정한 검찰청법 53조에 대한 직권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 중재안은 경찰의 수사 개시권 보장, 검찰의 수사 지휘권 보장, 검찰에 대한 경찰의 복종의무 삭제 등을 담고 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5인소위는 총리실이 검·경 합의안을 제출하면 반영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20일 열리는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경찰의 수사 개시권과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에 대한 경찰의 복종의무 조항을 삭제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검·경의 수사권 조정은 오래된 과제인 데다 국민 인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당히 미묘하고 중요한 문제다. 쾌도난마(快刀亂麻) 식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개특위는 검·경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전체회의에 상정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사권 조정 논의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경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문제가 권력기관끼리의 싸움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검찰과 경찰이 싸우는 것을 보니 한심하다. (국민들은) 밥그릇 싸움이라고 한다”고 비판한 의도를 검·경은 곰곰이 되새겨야 한다.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싸울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 편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검·경 모두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의 자질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경찰의 수사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수사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입건 실적에 따라 포상이나 승진 제도를 시행하는 경찰에서 일선 경찰관들이 무리하게 검거·입건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은 “현장에서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주차장에 있는 모든 차를 검문검색하고, 훈방할 수 있는 청소년 문제도 중한 범죄로 다룬다”고 비판한 적이 있을 정도다.
국민 인권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경찰의 수사 개시권 보장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형사소송법 197조에는 삼림, 해사, 전매, 세무, 군수사기관 기타 특별한 사항에 관해 특별사법경찰관리와 직무 범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명문화한다면 국세청,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경찰을 제외하고도 전국에 있는 1만4400여명의 특별사법경찰관리에게도 수사 개시권을 순차적으로 줘야 하는 문제가 불거진다.
피해 범위가 심하지 않은 도로교통법 위반 사건처럼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으로 끝나는 단순 사고는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개특위 5인소위가 논의하는 것처럼 경찰에게 포괄적으로 수사 개시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수사 개시권의 대상 범죄를 관련 법령에 명시하는 방안을 먼저 시행하면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개선해도 늦지 않다.
또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로 명시돼 있는 형사소송법 상의 사법경찰관 자격을 더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국민의 인권과 일상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사권 조정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