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송원근] 감세 철회안 철회하라
입력 2011-06-19 17:46
한나라당이 소득세에 이어 법인세 감세까지 철회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감세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고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이다. 대통령이 공약하여 입법으로 정책화된 것을 뒤집으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내세우고 있는 이유는 재정건전성과 교육복지예산 확보다. 그러나 실상은 내년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한나라당의 포퓰리스트들이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주장에 동조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 투자와 근로의욕 촉진 등을 통한 지속적 성장기반 확충을 위해 법인세율 인하 등의 감세 조치를 단행했다. 소득세율의 경우 2009년 이후 구간별로 연 1%씩 인하해 기존의 8∼35% 세율 구조를 6∼33%로 인하할 계획이었다. 법인세율은 과표 2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기존 25%에서 2009년 22%로 낮췄고 2012년까지 20%로 낮출 계획이었다.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감세 철회는 2012년까지 하기로 되었던 소득세·법인세의 추가 감세를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법인세의 경우를 보자. ‘부자감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법인세 감세도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편향 정책의 증거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법인세율은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2년과 2005년에도 각각 1% 포인트, 2% 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그렇게 한 이유는 기업경쟁력 제고, 경기부양과 더불어 2000년대 이후의 국제적인 법인세 인하 추세를 따라가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국제경쟁력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주요 국가들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인하했는데 복지지출이 많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도 과거 50%를 넘나들던 법인세율을 20%대로 인하했다.
법인세 인하는 국제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싱가포르 대만 홍콩보다 훨씬 높다. 국제적 추세에 반하는 법인세 감세의 철회는 해외자본 유치 경쟁에서 불리할 뿐만 아니라 자본 해외 유출 가능성도 높인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 감면율이 낮아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 감세 철회는 투자와 생산, 고용 증대를 제약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본 축적을 제약해 장기적인 성장기반 훼손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더구나 법인세 감세 대상 기업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이고 법인세 감세분의 3분의 2 이상이 중소기업의 몫이다. 따라서 법인세 감세 철회는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한다. ‘부자감세’의 논리는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감세가 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반면 투자와 소비, 고용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양극화만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 감세의 혜택은 대부분 중소기업에 돌아가며 고용의 많은 부분을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법인세 감세는 궁극적으로 서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증대시킨다. 법인세 감세는 ‘부자감세’가 아니라 ‘서민을 위한 감세’인 것이다.
그렇다면 감세 철회는 재정건전성을 개선시키고 교육복지예산 확대에도 기여할 것인가. 감세 철회는 단기적으로 세수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감세 철회가 경제 성장을 제약해 중장기적으로 세수 감소를 통해 재정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한 감세 철회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교육복지예산을 확대한다는 사고도 형편없는 단견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감세 철회분을 대학 등록금 지원에 쓴다고 하자. 이런 조치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많은 대학을 회생시키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대한 유인을 높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자리에 대해 눈만 높아진 대졸자들을 양산하게 되어 청년실업은 더욱 심각해지고 우리 젊은이들은 등록금이 아니라 실업으로 고통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감세 철회는 서민의 일자리와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장기적 재정건전성도 훼손하며 청년실업의 문제 또한 더 심화시킬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표만 의식할 것인가? 국민의 세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포퓰리즘의 망령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송원근(한국경제硏 연구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