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 가득 웃음이… 극사실화의 ‘행복한’ 변신
입력 2011-06-19 17:31
화가 이목을 ‘스마일’ 시리즈 첫선
대추와 사과 등 과일을 극사실적으로 그려온 이목을(51) 작가가 이전 작업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다. 화면에 눈썹과 입만 쓱쓱 그려넣은 ‘스마일’ 시리즈로 대변신을 시도했다.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오픈아트페어(SOAF)에서 첫선을 보였으나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고객들이나 평론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고 한다.
하지만 판매는 성공적이었다. 작가의 이력을 잘 모르는 순수 관람객들이 웃음 짓는 이미지가 좋다며 작품을 선뜻 구입, 소품 10여점과 50호짜리 2점이 팔렸고 홍콩과 싱가포르 아트페어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 은은한 미소를 띤 얼굴, ‘하하 호호’ 하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얼굴 등이 보는 이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영남대를 나와 2000년대 극사실주의 화풍을 주도한 작가는 이름이 알려지고 작품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갈 즈음 홀연히 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떠났다.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현대미술의 중심지에서 눈을 크게 떠보자는 작가적 열망 때문이었다. 다른 형상으로 진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갈망하던 그에게 미국에서 보낸 3년여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
2007년 귀국한 그는 그러나 극사실주의 기존 작품을 금세 버리지 못했다. 대추나 사과 그림이 여전히 잘 팔리니 계속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진보다 더 실제 같은 그림에 15년가량 집중하다 보니 눈에 이상이 왔다. 자칫 잘못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작가는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은 하늘이 준 보약이다. 웃자, 웃어버리자”라고 스스로 자위하듯 그는 만인의 표정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스마일 작품을 시작했다. 웃되 이를 드러내지 않는 스마일 정신을 다소 추상적인 회화로 표현했다. 웃음의 미학과 빛나는 미소의 의미를 화폭에 그려내는 그의 그림은 20년 넘게 한눈팔지 않고 정진해온 필력이 아니었으면 졸작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의 신작을 발표하는 개인전이 서울 청담동 청담아트센터 개관전으로 30일까지 열린다. 각기 다른 표정을 짓는 얼굴들을 80개의 화면에 담아 하나로 연결시킨 작품과 남녀가 빙긋이 웃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 등이 해학적이면서도 익살스럽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들은 늘 여유있는 작가의 캐릭터와 닮았는데 그것은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자화상이기도 하다.
청담아트센터는 지하 1층 전시실의 이목을 개인전과 함께 4층 전시실에서 한국작가 전광영 강익중 이이남, 해외작가 아르망과 로버트 콩바스 등 자체 명품 컬렉션 전을 연다. 청담아트센터의 전신인 루미안 갤러리는 6년 전부터 중국 베이징을 근거로 작가 교류에 힘써 왔으며 현재 소장하고 있는 작가들에 대한 재평가와 더불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02-540-371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