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강경구 ‘먼 그림자-산성일기’展] 남한산성에 얽힌 과거와 현재
입력 2011-06-19 17:30
경기도 성남시 복정동에 위치한 경원대의 회화과 교수인 강경구(59) 작가는 학교에 출퇴근을 하면서 매일같이 남한산성을 지난다. 한국의 자연과 역사를 강렬한 채색으로 그려온 그에게 병자호란의 아픔이 배어 있는 남한산성은 좋은 소재가 되기에 충분했을 법하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탐독한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의 모습을 거침없는 선과 두터운 붓질로 캔버스에 그려냈다. 그림들은 소설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뒤틀린 채 피를 흘리는 듯한 붉은 소나무가 당시의 아픔을 전한다.
결사항전을 주장했던 주전파(主戰派)와 화친을 주장한 주화파(主和派)의 극심한 대립을 표현한 ‘병자년’ 연작, 끝까지 척화를 주장하다 참형된 삼학사(三學士)의 사연, 청나라 군을 막기 위해 남한산성의 길목인 송파나루에서 죽어야 했던 뱃사공의 딸 이야기 등이 애잔하다.
작가는 1636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병자호란 치욕의 현장인 남한산성을 소재로 한 그림으로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7월 15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전시 제목은 ‘먼 그림자-산성일기’로 남한산성에 얽힌 과거의 역사와 현재를 오버랩시킨 작품 26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아직도 산성을 떠도는 영혼들의 충절과 갈등을 통해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싶다”고 한다. 오방색을 주조로 원색이 많이 사용됐지만 17세기 비참했던 역사적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때문인지 그림의 분위기는 원색의 화려함보다는 쓸쓸함이 강하다. 원근법을 무시한 작품과 산성 곳곳을 목탄으로 그린 드로잉이 인상적이다(02-736-4371).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