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청회장 점령한 ‘경찰 2000여명’

입력 2011-06-17 21:31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기 위한 ‘수사현실의 법제화 입법 공청회’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인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의 민주당 최인기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공청회에는 2000여명의 경찰이 몰려 ‘경찰 궐기대회’를 방불케 했다.

500여석 규모의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회의 시작 30분 전부터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찼고, 주변은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참석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의원회관 인근에는 각 지역에서 경찰이 타고 온 대형 버스가 늘어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경찰 지도부가 일선 경찰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고려시대 노비인 만적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라고 했다”며 “총리실에서 검·경 수뇌부를 불러 ‘경찰이 수사 개시와 진행, 검찰은 수사 종료’라는 중재안을 제시했는데 사개특위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삭풍이 부는 벌판에 홀로 정의와 역사 발전을 위해 몸을 던져야 할 때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검찰에 권한이 집중돼 있다. 권력남용과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위 소속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은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는 현실을 반영하자는 것인데 검찰이 난리를 친다”고 주장했다.

발제자로 나선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세민 경찰청 수사심의관은 검·경 수사권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반면 서경진 변호사가 “대부분 선진국가에서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고 있으며 현 수사체계는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하자 방청석에서 “말도 안 된다” “그만하라”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