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19년만의 女대변인 눌런드, 세계 주요 현안 브리핑 ‘무난한 데뷔전’
입력 2011-06-17 21:48
16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 1층 브리핑룸.
전 세계 주요 현안과 관련한 미국 입장을 정리하는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 여성 대변인 빅토리아 눌런드(50)가 등장했다. 1992년 8월 이후 19년 만에 여성 대변인이 국무부 브리핑 연단에 선 것이다.
눌런드 대변인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그러나 또박또박 그리스 재정위기, 시리아 민주화 사태 등 현안에 대해 준비해온 자료를 읽어내려갔다. 한 기자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경 문제를 집요하게 묻자 “나를 외교적인 문제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건 좋은 시도지만, 오늘은 거기까지 가지 않겠다”고 웃으며 유연하게 받아넘기기도 했다.
그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미에 대한 질문에 “다음주에 자세한 사전 브리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자관계와 지역안보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장관의 정확한 방미 일정에는 “미안하다. 정확한 방미 날짜를 모르겠다”고 답했고, 최근 북한 주민 9명의 귀순에 대해서도 “그런 보도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한국 관련 이슈에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임자들과 비교해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눌런드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 이후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시작하며 내외신 기자들에게 “자리에 앉아서 질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임자들은 공식 브리핑이 끝난 뒤 대개 연단 위에서 또는 복도로 나가는 문 앞에 서서 기자들과 좀 더 구체적이고 민감한 부분과 관련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었다. 이른바 ‘복도 브리핑’ 또는 ‘연단 브리핑’으로 불리던 형식을 좀 바꾼 것이다.
눌런드 대변인은 첫 브리핑 소감을 “아주 기분이 좋다”고 표현했다. 그의 첫 브리핑에 대해 내외신 기자들은 “무난하다”는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그는 외교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았으며, 공화당 민주당 행정부에서 두루 기용됐다. 대변인 직전에는 유럽 재래식 무기감축협정(CFE) 담당 특사였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