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실적 성적표 나아졌지만 ‘방만경영’ 개선 갈 길 멀다

입력 2011-06-17 21:34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수치만 보면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경기 회복에 따라 주요사업에서 성과가 두드러진 데다 재정 상태가 좋아진 덕분이다. 성과연봉제가 확산되고, 노사관계 안정화나 고객만족도 개선도 이뤄졌다.

하지만 최상위권 점수를 받은 기관장이나 기관이 없다. 방만경영 분야를 엄격하게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평가단장인 서울대 이창우 교수는 “이번에 방만경영에 대해 집중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의 시각에서 더욱 엄정한 평가가 실시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상 등급 ‘실종’=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올해 기관장 평가에서 39명에게 양호 이상 등급을 줬다. 비중으로 따지면 지난해(96개 기관장을 대상으로 한 2009년도 경영평가 결과) 32.3%에서 39%로 높아졌다. 미흡 이하 등급도 20.8%에서 11%로 대폭 줄었다.

반면 90점 이상을 받아 탁월 등급이 매겨진 기관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없었다. 운영위가 정부에 기관장 해임을 건의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한국어촌어항협회의 경우 20개 이상 지표에서 A등급이 하나도 없었다.

기관 평가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S등급과 E등급이 사라졌다. 경기회복으로 주요사업 성과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서 D등급 이하 비율이 지난해 13.5%에서 올해 8%로 크게 감소했다. 대신 방만경영을 까다롭게 따지면서 상대적으로 이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관이 줄어들어 S등급을 받은 기관이 한 곳도 없게 됐다.

◇변하지 않는 방만경영=운영위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공공기관의 여전한 방만경영을 꼬집었다. 운영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를 본래 취지와 달리 정년연장 목적으로 도입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업무용 법인카드를 남용했다. 다만 두 기관은 다른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한전은 A등급, 농어촌공사는 B등급에 올랐다.

기관장 해임 조치가 내려진 3개 공공기관도 허술하고 안이하게 경영했다. 노인인력개발원은 성과급 가운데 직무급을 도입해야 하는데 도입하지 않았고, 지난해 노사협의회를 단 한 번만 여는 등 노사 간에 대화가 없었다. 노인 일자리 창출 실적이 부진해 지난해 65세 이상 고용률이 2009년보다 떨어지기도 했다.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성과연봉제의 연봉 차등 폭이 정부 권고안보다 한참 모자란 11.2%에 불과했다. 어촌어항협회는 경영효율화 계획이 있었지만 실적은 찾을 수 없었다. 추진 과제를 선정하면서 협회 설립 취지와는 맞지 않은 사업을 올렸고, 그나마 실적이 목표에 미달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